건설현장의 산업재해 사망사고 희생자의 절반 이상이 하청 노동자에 집중됐고, 대형 사업장일수록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비중이 더 높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3년 동안 983건(사망자 1016명)의 재해조사의견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건설현장의 산재사고 사망자 중 하청 노동가는 55.8%에 달했다.
특히 공사비 3억원 미만 현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숨진 비율은 17.5%에 불과했지만, 3억원~120억원 미만 현장에서는 58.6%, 120억원 이상 현장에서는 89.6%로 치솟았다.
이는 대형 건설현장일수록 하청과 재하청을 거듭하는 건설업 특유의 불법 재하도급 관행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보다 산재 사망사고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위험의 외주화'가 통계로 드러난 셈이다.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으로는 안전시설물 불량, 보호구 미착용 등 직접적 원인이 절반에 가까운 46.5%를 차지했다.
안전 시설물 불량(31.4%)이 가장 비중이 컸고, 작업 계획 불량(20.2%), 보호구 미착용(15.1%), 관리체제 미흡(14.9%), 작업 방법 불량(12.8%) 등이 뒤를 이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0개 건설업체의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건설업 안전보건리더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이날 노동부 안경덕 장관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10개 주요 건설업체 대표들을 만나 위와 같은 조사 결과를 강조하면서 올해 하반기 산재예방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10개사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만 55건, 사망자도 61명에 달했다.
작업방법 불량, 작업계획 불량, 관리체제 미흡 등 사측의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 원인이 2/3 가까이 차지(65.9%)했고, 하청 소속 사고사망자 비중도 90% 이상을 넘었다.
또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충북대 정성훈 교수는 건설업체의 안전관리 목표와 방침이 형식적이고, 예산과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대형 건설 현장의 하청 노동자 사망 비율이 높은 점을 거론하며 "산재 예방 능력을 갖춘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적정한 공사 비용과 기간을 통해 안전한 시공을 할 수 있도록 원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