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경찰이 수사 개시 이전 단계인 '내사'를 '입건 전 조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보고·지휘·사건관리·통지 등을 강화한다. 지난해 11월 '내사 종결'로 처리해 부실수사 논란이 인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후속조치다.
31일 경찰청은 '경찰 내사 처리규칙'을 전면 개정한 '입건 전 조사 사건 처리에 관한 규칙'을 전날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해당 규칙은 지난 17일 국가경찰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쳤다.
이에 따라 종전에 사용하던 '내사' 용어는 완전 폐지되고 '입건 전 조사'로 변경됐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라는 용어가 경찰이 '외부 통제 없이 은밀하게 조사한다'라는 오해와 불신을 초래해 온 점을 고려했다"며 "관련 절차가 투명해지고 국민의 신뢰도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진정내사는 '진정사건' △신고내사는 '신고사건' △첩보내사는 '첩보사건' △기타내사는 '기타조사사건'으로 변경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박종민 기자중요 입건 전 조사 사건은 수사사건에 준해 시·도경찰청 및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보고해 지휘를 받아야 한다.
경찰관은 신고·진정·탄원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에 착수한 날과 매 1개월이 지난 날 날부터 7일 이내에 진정인·탄원인·피해자 등에게 조사 진행 상황을 통지하도록 했다.
또 사건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입건 전 조사 사건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입력하는 절차 진행을 명문화했다.
이밖에 경찰은 입건 전 조사를 불입건 종결할 때, 수사 불송치종결과 마찬가지로 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 등 종결 유형을 구체화하기 위해 '경찰수사규칙' 개정을 동시에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택시기사가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자 멱살을 잡아 폭행해 경찰에 신고됐다. 경찰은 운전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0항'을 적용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경찰은 올해 1월부터 5개월 간 진상조사를 벌였고,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수사관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