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앞에 급증한 가계 부채와 실수요자 대출 절벽 문제 해결이란 두 가지 과제가 놓였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 "급증한 가계 부채가 내포한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취임사 초반에 가계 부채 급등의 심각성을 우선 언급하면서 철저한 정책 수립과 대응을 강조했다.
하지만 고 위원장 취임 전부터 가계 부채 규제가 강화돼 대출 한도도 줄어들고 금리는 높아지자 실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 고 위원장이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관심사다.
DSR 일정 앞당긴다…"연소득 적으면 대출도 받지 말아요?" 불만도
연합뉴스급증한 가계 부채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연일 규제 강화를 발표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들은 이번달 중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범위 이내로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단하는 등 실수요자들의 가계 대출의 벽도 높아졌다.
국내 은행에서 신용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한도 대출)으로 억대의 목돈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리 대출' 혹은 '패닉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8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일의 140조2984억원 대비 2.1%(2조8820억원) 늘어난 것이다. 직전 주인 13~19일 동안 신용대출 증가폭인 4679억원과 비교하면 1주 만에 6.2배가 폭증했다.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가계 부채 급증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로 어떤 규제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거론되는 것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다.
이미 금융위는 지난달부터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의 개인별 DSR를 40%로 낮춰 적용하고 있다. 특히 DSR 규제 적용 대상을 투기·투기과열·조정대상 등 전체 규제지역 내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당국은 내년 7월, DSR 40% 규제를 모든 금융권 대출액 합계가 2억원이 넘는 경우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2023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원까지 대상을 넓힌다.
고 위원장은 기존 DSR 적용 대상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DSR 40% 적용 확대 방안에 대해 "DSR 도입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이런 일정이 만들어진 것 같다"며 "조금 더 당길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아직 60%까지 적용되는 제2금융권의 DSR을 40%로 하는 규제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30대 회사원 A씨는 "가뜩이나 집값도 높은데 소득이 낮은 사람은 그나마 40% 대출도 제한을 두면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것 같다"면서 "대부분의 젊은 사람은 이제 대출 받아서 집 사고 열심히 갚는 것도 할 수 없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집 값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 추후 금융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DSR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필수다"면서 "이미 선진국의 경우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우리나라보다 낮은데도 DSR관리를 해 온 측면이 있다. 부작용이 있다면 대책을 세우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 배려할 것" 강조…전문가들 "리스크 관리 필요한 시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고 위원장은 지난주 인사 청문회에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전체적으로 총량 관리를 하다 보면 어려움은 분명히 있지만, 실수요자 분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정책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공격적인 가계부채 관리와 함께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금융기관에서 실수요자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DSR도 결국 금융당국의 제한선 안에서 금융기관의 판단에 따라 대출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대출심사를 좀 더 세심하게 진행해 실수요자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생계자금이나 저소득층 긴급자금 대출 등 정책금융과 서민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