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유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내년부터 신임 판사 임용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라 내년부터 판사직 지원 최소 법조 경력이 5년에서 7년으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5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법조 경력자 법관 임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판사직 지원자는 524명이었다. 이 중 60%가 넘는 323명이 법조 경력 5년 이상~7년 미만이고, 7년 이상~10년 미만 158명(30.2%), 10년 이상 43명(8.2%)이었다.
실제로 법관 임용에 지원한 5년 이상~7년 미만 법조 경력자 중 합격자는 128명으로, 합격률은 39.6%였다. 반면 7년 이상 경력자는 27명으로 합격률은 13.4%를 기록, 5~7년 미만 지원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경력 연수가 올라갈수록 지원자가 줄고 합격률도 떨어지는 것은 경력이 많고 실력이 뛰어날수록 판사직을 기피한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경력이 오래된 법조인 중 우수한 자원은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 법관이 될 유인이 감소하다 보니, 경력이 많은 법조인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법관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법부에서 필요한 판사 숫자에만 맞춰 판사를 뽑을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새로 임용되는 판사 수가 크게 줄면서 전체 판사 수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법관 수 시뮬레이션 자료를 통해 현행대로라면 연간 150명이 넘던 신규 임용 판사 수가 내년부터 4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퇴직하는 판사는 67명으로 예상돼 전체 판사 수는 27명 순감할 전망이다.
최소 법조 경력이 10년으로 늘어나는 2026년에는 신임 임용 판사가 30명으로 줄어들고, 이 영향으로 올해 3115명인 전체 판사 수가 2027년 3천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장기 법조 경력자 법관 임용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당장 오는 8일 열릴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법조일원화제도 분과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
당초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 법조일원화 분과위를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법안 개정과 상관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분과위에서는 장기 법조 경력자 임용을 확대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임용 절차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법관 처우 개선책 마련과 재판연구원 증원, 단독재판 확대, 판결문 작성 방식 개선 방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분과위는 입법부와 행정부,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한국법학교수회 등에서 추천하는 외부전문가와 기존 법관들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가급적 외부 전문가를 위촉한다는 방침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 개정이 무산된데다 고등군사법원이 없어지면 법관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경력자 임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