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를 이끄는 쿠바 출신의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외국인 투수로는 KBO 리그 사상 처음으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기세다.
미란다는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서 6⅔이닝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1실점 호투로 7대1 팀 승리를 이끌면서 시즌 12승(4패)을 기록했다.
7회에 점수를 내주면서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이 31이닝에서 멈췄지만 1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행진은 무리없이 계속 됐다.
최근 4경기 연속 선발승을 챙긴 미란다는 키움 요키시(12승7패),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12승5패)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미란다는 시즌 평균자책점을 종전 2.38에서 2.33으로 낮춰 이 부문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2위는 2.46을 기록 중인 LG 트윈스의 에이스 앤드류 수아레즈다.
탈삼진 부문에서는 경쟁 상대가 없다. 미란다는 키움전 호투로 탈삼진 개수를 164개로 늘렸고 2위 SSG 랜더스의 윌머 폰트(131)와 격차는 31개로 벌어졌다.
미란다는 KBO 리그 투수로는 역대 네 번째이자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에 도전할 위치에 서있다.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선동열(해태 타이거즈)이 1986년에 KBO 리그 사상 처음으로 달성한 기록으로 그는 1989년, 1990년, 1991년에도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어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데뷔 시즌에 투수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이 됐고 마지막으로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2011년 윤석민(KIA 타이거즈)이다.
미란다는 6월 이후 12경기에서 7승(1패)을 수확했고 이 기간 평균자책점 1.86,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83을 기록했다. 상대팀을 가리지 않고 타자들을 압도한 수준이다.
지난 1일 KIA전에서는 노히트 노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기록 달성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긴 9회 2사에서 김선빈에게 안타를 내줬다. 한국 데뷔 첫 완봉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투수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탈삼진 능력이다.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과 낙차 큰 포크볼의 조화는 타자가 알고도 이겨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1984년 최동원이 기록한 KBO 리그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도 뛰어넘을 페이스다.
서서히 가능성이 보이는 투수 트리플크라운에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미란다가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KBO 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기대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