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동거를 택한 사람 10명 중 6명 이상은 동거인과의 관계에 만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와 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보다 높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11월 만 19~69세 이하 국민 중 동거를 하고 있거나 동거 경험이 있는 사람 3천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관계 만족' 동거 커플 63% vs 결혼한 부부 57%…'동등한 가사 수행' 비율 동거 커풀이 43.4%P↑
지난해 동거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동거인과의 관계에 '만족'하는 비율은 63.0%로 같은 해 진행된 가족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배우자 관계 만족도(57.0%)보다 6%포인트 높았다.
응답자들은 동거의 긍정적인 면으로 88.4%가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을 들었다.
이어 '상대방 습관·생활방식 등에 대한 파악으로 결혼 여부 결정에 도움'(84.9%), '주거비 등 공동부담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음'(82.8%), '각자의 독립적 생활이 존중됨'(65.0%) 등의 순으로 답했다.
긍정적 측면 중 성별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 응답은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로, 긍정적인 답변을 한 남성은 18.9%로 나타났다. 여성은 두 배에 가까운 35.3%가 이에 동의했다.
'명절 및 가족행사 등 부담 덜함'이라는 항목에서도 성별 차이가 컸는데 남성은 17.0%가, 여성은 31.4%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동거할 때 가사나 돌봄을 남녀가 동등하게 하느냐는 물음과 관련해 '시장 보기, 식사 준비, 청소 등 가사 노동'은 70.0%가 함께 한다고 답했다. '자녀 양육과 교육'은 61.4%가 동등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노동을 함께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결혼한 사람들의 응답률보다 43.4%포인트 높았다.
자녀 양육과 교육을 함께 한다는 동거인 비율도 결혼한 사람보다 22.2%포인트 높았다.
연령별로 결혼보다 동거를 택한 이유로 20대의 경우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38.6%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29.6%), 40대와 50대는 '형식적인 결혼제도에 얽매이기 싫어서'(각각 33.7%, 48.4%)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들었다.
60세 이상은 '결혼하기에는 나이가 많아서'(43.8%)로 나타났다.
동거인 절반 이상 "주택청약 등 주거지원 제도 이용 어려워"…일반인 77% "동거 부모도 자녀 관련 법적지위 인정 필요"
최근 1년간 동거인과 갈등이나 의견 충돌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7.0%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해 진행된 가족 실태조사에서 배우자와의 갈등·의견충돌 경험(47.8%)보다 19.2%포인트 높았다.
갈등으로 인해 헤어짐을 고민한 적이 있는 동거인은 49.1%를 차지했다.
동거로 인한 불편함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인 50.5%는 '주택청약, 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동거가족에 대한 부정적 시선'(50.0%),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험'(49.2%)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도입되어야 할 동거가족 지원 정책으로 가장 많은 65.4%가 '수술동의서 등과 같이 의료적 결정 시 법적 배우자와 동일한 인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동거관계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해 동일한 부모 지위 인정'(61.6%), '공적 가족복지서비스 수혜 시 동등한 인정'(51.9%), '사망, 장례 시 동거인을 법적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50.2%)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 조사와 별도로 전국 만 19세 이상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비혼동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혼동거 가족을 지원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응답자 77.0%는 동거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에 대해 법적 혼인관계인 부모와 동일하게 부모 지우를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병원 이용 시 수술동의서 서명 등 법적 배우자와 같은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도 69.6%에 달했다.
사망이나 장례 시에도 법적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57.5%로 나타났다.
다만 상속과 유족연금에서 동거인에게 법적 배우자와 같은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절반 이하인 43.4%에 그쳤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한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미리 공개한 자료를 통해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던 국민들을 포용하고, 모든 아이가 가족 형태와 상관없이 보편적 인권을 가진 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성장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혼 동거 가족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전문가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