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주 토론회 시작 전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윤석열 후보. 제주도사진기자회 제공국민의힘 대선후보
본경선의 두 번째 TV토론에선 특정 후보들 간 암묵적 연대와 이에 맞선 집중 견제 등이 오가며 공방이 벌어졌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암묵적 연대를 이룬 가운데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한 집중 공세를 이어갔다.
본선에 오른 4명의 후보는 두 번째 순회경선 지역인 제주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지역 공약과 경제 정책 등을 중심으로 맞붙었다. 후보 간 합종연횡 움직임은 이날 토론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지역 공약과 주도권 토론 등에서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에게 제주지사 시절 경험을 묻는 등 다소 우호적인 질의를 했고, 원 전 지사 또한 나머지 3명의 경쟁 후보들을 향한 공통 질문 이외 윤 전 총장에게 특정 질문을 던지진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제주 지역 현안 질의에서 홍 의원에겐 "제주도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식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환경 파괴 등에 대한 복안이 있냐"고 물었다. 반면 원 전 지사를 향해선 "여기 제주지사를 할 때 난개발을 막고 부패 척결 등 업적을 남겼다"고 호평하면서 "두 번의 지사 경험을 통해 '제주특별법'에 대한 의견이 어떠냐"고만 했다. 이에
제주지사를 역임한 원 전 지사는 현직 시절 자신의 업적들을 소개하는 데 답변 시간 대부분을 활용했다. 원 전 지사도 발언권 시간에 나머지 3명 후보들에 '제주 4‧3 사건' 관련 희생자들에 대한 배보상안에 대한 의견 등 다소 평이한 질문을 던졌을 뿐, 윤 전 총장을 콕 집어 질의하진 않았다.
13일 오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주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제공윤 전 총장은 자신의 주도권 토론 순서에선 노골적으로 원 전 지사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의 '대장동 1타 강사' 유튜브를 잘 봤다"며 "행정 경험을 했기 때문에 법조인을 넘어 설명을 아주 잘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지사를 하면서 채용 비리 같은 것들을 근절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했다고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저항을 어떻게 극복했냐"고 물었다. 이에
원 전 지사는 "관련 업계의 저항은 늘 있다"며 "공무원들의 수장이 잘못된 철학과 정책 방향을 갖고 밀어붙일 때 위험하다"고 답했다. 반면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한 검증 공세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홍 의원은 원 전 지사와 별도 공방을 벌이는 등 이중 압박 공세에 처해지기도 했지만, 유 전 의원에 대해선 다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선보였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제주도 제2공항 추진 방안을 묻자, 윤 전 총장은 "제2공항은 무조건 추진해야 하고, 장소에 대해선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이 재차 현재 제주공항의 확장 여부에 대해 질의하자 윤 전 총장은 "과거 원 전 지사에게 '일본의 간사이 공항처럼 철판 깔아서 기존 공항을 확장할 수 없냐'고 물어보니 '어렵다'고 하더라"라고 답했다. 이에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이 알고 있다고 언급한) 천공스승은 현재 공항의 확장이 좋다고 하던데"라고 했고, 윤 전 총장은 웃으며 "제가 뭐 잘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앞서 주술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천공스승'을 재차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을 미신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주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제공유 전 의원도 윤 전 총장을 향한 압박 공세에 가세했다. 유 전 의원은 대장동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해당 사건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을 다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박 전 특검은 여러 가지 비리 의혹이 있다"고 견해를 물었고, 윤 전 총장은 "다 (수사를) 해야한다"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복지 정책과 관련 재정 확보와 관련해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노출시켰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과 윤 전 총장의 복지 공약이 뭐가 다르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은 "제 복지 공약의 기본 방향은 성장과 복지의 공정한 선순환이란 것"이라며 "증세에 대해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급속한 노령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재차 "국가 부채가 심각해서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복지 지출을 늘릴 방법이 없다"고 지적하자 윤 전 총장은 "증세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앞선 토론에서 윤 전 총장은 유승민 전 의원의 부가가치세 증세론에 반격했던 바 있다. 때문에 입장이 갑자기 바뀐 윤 전 총장의 발언에 유 전 의원이 "다른 증세 수단이 무엇이냐"고 캐묻자 윤 전 총장은 "소득세나 법인세나, 다른 여러가지 간접세가 있다"고 말했다.
2차 컷오프 이전에도 격한 공방을 벌였던 원 전 지사와 홍 의원은 이날 경제 정책 등을 두고 충돌했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이 제시한
'잠재성장률 3%‧국민소득 5만불' 공약을 거론하며 "지금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인 3만2천불인데, 3% 성장률로 5만불이 되려면 몇 년이 걸리냐"고 물었다. 이에 홍 의원은 "계산을 해보지 않았다"며
"캠프 내 전문가들이 전해줘서 참 좋은 공약이라 생각해 발표했다. 다시 계산해보겠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가 규제완화와 노조분쇄 등을 통한 '고용주도 성장'이라는 홍 의원의 공약에 대해 "홍 의원의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공약의 아류로 보인다"고 비판하자, 홍 의원은
"원 전 지사는 제주지사 7년을 하면서 그렇게 해서 제주가 잘 살게 됐냐"고 맞받았다. 앞서 주도권 토론에서 "
원 전 지사는 제주지사 7년 직무 수행평가에서 '잘못했다 51%', '잘했다 36%' 결과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압박성 질의를 했던 연장선상에서 반격을 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