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차. 황진환 기자전북 전주의 한 소방서장이 119구급차를 사적으로 유용해 논란을 빚었다. 그런데 소방본부가 서장의 명령을 받고 구급차를 운행한 대원에게도 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대원까지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북 소방본부 감찰팀은 최근 구급차를 사적으로 유용한 전주덕진소방서 윤병헌 서장에게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를 내릴 것을 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
이와 함께 윤 서장의 명령에 의해 119구급차를 출동시킨 당시 금암119센터장과 담당팀장 그리고 구급대원 등 4명도 경징계를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119는 지난 8월 17일 오전 6시 57분쯤 전주덕진소방서 윤병헌 서장의 가족인 A씨의 심정지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익산의 원광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윤 서장은 사흘 뒤인 20일 A씨가 의식을 회복하자 A씨를 권역 밖인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전주의 금암119안전센터에 지시했다. A씨가 과거 서울의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게 그 이유다.
윤 서장의 지시를 받은 금암119안전센터의 대원 두 명은 야간 근무 중에 A씨가 입원한 관할 밖의 익산 원광대병원으로 출동했다. 이들은 A씨를 태운 뒤 서울의 병원까지 이송하고 새벽 2시쯤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센터는 허위 신고를 상황실에 보고하고 운행 기록도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소방본부는 구급차 사적 유용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이 넘게 지나 언론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고 나서야 해당 서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이어 추가 감찰에 들어간 소방본부가 서장은 중징계, 센터장과 대원 두 명은 경징계 의결 요구를 징계위에 전달했다.
이에 부당한 지시를 내린 명령권자 즉, 소방서장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소방노조 정은애 위원장은 "책임은 부당한 명령을 시킨 사람에게 있는 것"이라며 "서장 또는 중간관리자가 책임을 져야 하지 대원에게 물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공무원은 명령에 따라 위험한 현장에 들어가는 등 명령을 거절할 수 없는 조직"이라며 "서장의 명령에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지시가 내포돼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북 소방본부는 대원들이 부당한 명령을 거절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서장이 부탁했으나 직원들도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며 "부당한 요구라도 거절을 했어야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해서 징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징계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