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아이들. 연합뉴스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아프간 주민들이 심각한 기아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90억 달러(10조6천억원)가 동결됐고 여기에 국제사회의 원조도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프간 주민들은 실업과 물가 폭등,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BBC 방송은 25일(현지시간) 아프간 서부 헤라트 메데생 산 프론티에르 병원과 도시 외곽을 현장 취재해 기아에 내몰리고 있는 주민들의 참혹한 상황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기면서 아프간의 의료 체계는 붕괴됐다. 의료진은 수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의약품 공급도 중단됐다.
메데생 산 프론티에르 병원에 입원한 생후 6개월의 우스만은 같은 월령대 아이 몸무게의 절반 수준. 우스만의 부모는 "돈이 없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느냐"며 국제 사회가 아프간을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BBC 기자는 하라트 외곽 시골에서는 기아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 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들 가족은 그동안 쓰레기를 주워 생활해왔지만 이제는 그것 마저도 끊겼다.
더 이상 밀가루와 기름을 구할 수 없어 가족 모두 굶주리는 상황. 결국 이들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딸을 어떤 남자에게 5백 달러, 우리 돈 58만원 정도에 팔았다.
이미 5백 달러 가운데 절반 정도의 돈을 받았고 이 돈으로 몇 달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어린 딸은 걸어다닐 때 쯤 가족에게서 떠날 예정이다.
BBC 기자는 아이를 파는 또 다른 가족들을 알고 있다며 심지어 취재팀에게 다가와 자신들의 아이를 살 의향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결정하기 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아프간 주민들의 절박한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긴급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린이 등 수백만 명의 아프간 국민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아프간 인구 3900만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8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정과 기아 상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특히 320만명에 달하는 5세 이하 어린이들은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즐리 총장은 "아프간은 지금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는 나라 중 하나"라며 지금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전면적인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