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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영장 기각' 후폭풍…영장 구멍 숭숭+기본권 침해 비판

법조

    '손준성 영장 기각' 후폭풍…영장 구멍 숭숭+기본권 침해 비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첫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첫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책관)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여권의 압박에 못이겨 통상의 절차조차 뛰어넘는 무리한 영장 청구로 비판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성명불상'이 곳곳에 등장하는 어설픈 구속영장 내용까지 알려지면서 우려했던 수사력 부족이 현실화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가 '공식 1호 영장'을 치면서 드러난 각종 절차는 '무리수'였다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공수처는 지난 20일 소환 불응 등 수사 비협조를 이유로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심지어 손 검사에 대한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검찰과 다른 길을 가겠다며 인권친화적인 수사기관을 표명했던 모습과는 딴 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27일 국정감사에서 "체포영장이 기각되고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별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법조인으로서 찬성할 만한, 적절하게 진행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체포영장 기각 후 구속영장 재청구는 '길들이기 영장', '보복 영장'이나 다름 없다"면서 "체포영장을 대신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수사 편의를 위해 영장을 남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공수처가 변호인보다도 먼저 기자들에게 영장 청구 사실을 알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26일 한 공수처 검사가 손 검사에 대한 구인장을 집행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바로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팀의 방침이라 나도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수처는 "'상부 지침으로 늦게 통보했다'라거나 '미안하다'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공수처는 '늑장 통보'가 아니라고 맞섰다. 정상적으로 피의자 조사가 이뤄졌다면 영장 청구시 통보를 했겠지만, 손 검사의 경우는 출석 불응에 대응해 출석을 담보하려는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법원에 구인장을 발부하자마자 즉시 통보조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수처는 기자들에게는 26일 오후 2시 1분 영장 청구 사실을 먼저 알렸고, 변호인에게는 오후 2시 3분 전화로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아무리 피의자라도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기회와 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영장을 거듭 청구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절차 논란 뿐 아니라 '수사력 부족'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수처는 영장을 청구하면서 "손 검사가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이 성명불상의 검찰공무원에게 고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고발장 작성하도록 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그 '성명불상자'가 누구인지는 명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으로 미뤄봤을 때 공수처의 수사는 고발 사주 의혹의 흐름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물증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장청구서에는 손 검사와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도 여러 차례 나오지만, 정작 범죄 혐의와 관련한 내용에선 윤 전 총장의 이름을 적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1호 영장'인데도 불구하고 완성도를 높이지 못한 구속영장은 결국 법원으로부터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영장 기각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중립성을 최우선시하겠다는 공수처의 다짐은 더욱 더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 여권의 입김에 휘말려 통상의 절차마저 건너 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어서다. 지난 2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왜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을 빨리 소환해 수사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공수처는 이튿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뒤 3일 만에 구속영장을 치는 다소 무리한 절차를 진행한 셈인데, 추가 핵심 물증 조차 없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공수처로선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

    향후 공수처는 증거를 보강해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를 위해 손 검사와 김 의원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지만, 보강 수사가 충분히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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