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용규. 키움 구단 제공2004년부터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이용규(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신기한 경험을 했다.
2021시즌 KBO 정규리그 133경기를 치르는 동안 방망이가 단 1개도 부러지지 않은 것이다.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은 타자의 방망이가 부러지는 장면은 프로야구 경기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타자는 늘 방망이가 부러질 경우를 대비해 여러 개를 미리 주문해놓는다.
그런데 이용규의 2021시즌은 특별했다.
이용규는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방망이가 부리지지 않았던 시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1년 동안 보통 450타수 이상을 소화하면 보통 7~10자루의 방망이가 부러진다. 나무가 좋아진 건지, 내가 약하게 친 건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용규의 트레이드마크는 '용규놀이'다. 공을 보는 시야와 배트 컨트롤 기술이 좋기 때문에 파울 타구를 많이 쳐내며 투수와 끈질긴 승부를 잘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그의 방망이는 부러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아닐까요?"라고 취재진에 반문한 이용규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해서 물어봐도 그랬던 선수가 없다"며 웃었다.
개막 전 방망이 12자루를 주문했다는 이용규는 "시즌 중에 그래도 배트 주문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부러지지 않아서 주문한 적이 없다"며 "정규리그 100경기 이후부터 방망이가 부러지지 않는다는 걸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한 시즌 동안 부러지지 않고 버텨온 방망이 중 한 자루를 들고 2차전에 나선다. 정규리그 막판부터 계속 사용했던 방망이다. 키움은 이 기간 승승장구했고 포스트시즌 막차 티켓을 따냈다.
이용규는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2018년 이후 3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화를 떠나야 했지만 키움에 새 둥지를 틀었다. 베테랑이 살아남기에 점점 더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지만 그는 악착같은 노력으로 존재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오랜만에 많은 팬 앞에서 치른 가을야구가 즐거웠다고 1차전 소감을 밝힌 이용규는 "힘든 상황에서도 잘 버티는 것이 키움 야구의 매력"이라며 "오늘 또 버티고 이겨낸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