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 말 1사 때 두산 정수빈이 LG 구본혁의 타구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아무리 못해도 기회는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해 12월 정수빈과 계약기간 6년에 총액 56억원의 조건으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성적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8월까지 타율이 1할8푼2리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1~2군을 오갔다. 올 시즌 타율은 2할5푼9리로 저조했다.
가을의 정수빈은 달랐다.
정수빈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팀의 10 대 3 대승을 견인했다.
정수빈은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됐다. LG와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정수빈은 "올 시즌은 당연히 못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며 "9월부터 팀에 많은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 아무리 못해도 기회는 오기 마련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수빈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낚았다. 자칫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가 될 뻔 했지만 정수빈의 호수비로 위기를 면했다.
2회말 1사에서도 구본혁의 우중간 타구를 몸을 날려 가로챘다. 정수빈은 "큰 경기는 분위기 싸움이다. 초반에 분위기를 잡으려 했다"며 "(홍)창기가 좌측으로 많이 치는 경향이 있어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LG와 3차전 접전 끝에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수빈은 "LG 투수들이 워낙 좋아서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외국인 원투펀치(아리엘 미란다, 워커 로켓)가 빠져서 힘들었는데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기적" 이라며 "선발투수가 3명뿐인 가운데 투수들이 정말 많이 고생해 줬다. 삼성까지 이긴다면 진짜 '미라클 두산'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팀 내 타율 1위(3할2푼5리) 박건우가 올 시즌이 끝나면 FA 선수 자격을 얻는다. 정수빈은 앞서 주력 FA 선수들의 잔류를 희망했던 허경민의 뜻과 발맞춰 "(허)경민이와 함께 (박)건우를 공략한다면 넘어오지 않을까 싶다. (박)건우와 오래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산은 9일 대구에서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정수빈은 "(삼성은) 투타 모두 좋은 팀이다. 우리가 체력적으로 힘들고 비교적 약팀이지만, 단기전이기 때문에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오재일과 맞붙는다. 정수빈은 "(오)재일이형은 큰 경기에 한 방이 있는 선수다. 투수들이 (오)재일이형을 잘 공략해 준다면 우리가 더 유리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