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후 팬들 앞에서 기뻐하는 황희찬. 연합뉴스 '3만명' 홈 팬들의 응원이 벤투호를 춤추게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격파하고 A조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은 11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 경기에서 UAE에 1 대 0으로 이겼다.
승점 3을 더한 한국(승점11)은 3승 2무로 이란(승점10)을 누르고 1위가 됐다. 이후 열릴 경기에서 이란이 레바논에 패하면 선두 유지도 가능하다.
이날 경기는 홈 팬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졌다. 체감온도는 영하로 느껴질 만큼 추웠지만 '직관'을 하려는 홈 팬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 이후 약 2년 만에 A매치 100% 관중 입장을 허용한 경기를 앞두고 팬들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입장을 시작했다. 약 2만 8000석의 티켓이 판매된 경기에는 최종 3만 15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코로나19 이후 단일 관중 최다 인원이었다.
약 3만명의 관중이 찾은 고양종합운동장. 노컷뉴스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경기장 내 '위드 코로나' 지침에 맞게 질서 있게 착석했다. 붉은 악마 뿔 모양 머리띠를 한 팬들로 경기장은 모처럼 '빨간색'으로 반짝거렸다.
선수들도 경기장에 가득 한 팬들이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 그라운드에 들어선 선수들은 관중들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몸을 풀러 들어오자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선수들도 관중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인사했다.
선수 소개가 시작되자 함성은 더 커졌다. 특히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호명될 때는 더 큰 환호가 터졌다. 애국가 시작 때는 대형 태극기를 올려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관중들이 만든 대형 태극기를 바라보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축구대표팀. 연합뉴스경기 시작 후 팬들의 기분은 더 올라갔다. 관중석에선 "대~한민국" 구호와 박수를 이어갔다. 공식적으로 육성 응원은 금지됐지만 그래도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감추진 못했다.
다만 모두가 구호를 외치지 않고 일부 팬의 구호에 부채응원을 곁들였다.
팬들도 선수들을 위해 홈 경기 이점을 마음껏 살려 줬다. 선수들이 골문을 노릴 때는 환호가, 상대 반칙에는 야유가 쏟아졌다.
선수들도 홈 팬 응원의 힘을 알고 있었다. 앞서 손흥민은 벤투호에 합류하면서 "2년이 짧은 시간이 아니다. 팬들도 많이 기대했을 것"이라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주장으로서 잘 이끌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도록 노력하는 게 며칠 안 남은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고민은 전반 34분 해결됐다.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루빈 카잔)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에 걸려 페널티킥을 얻었다.
반칙이 선언되자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키커로 나선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바라봤다. 그리고 황희찬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어 팬들에게 직관 골을 선물했다. 골이 터지자 숨죽였던 팬들의 마음껏 환호성을 질렀다.
득점 후 팬들 앞에서 기뻐하는 황희찬. 연합뉴스승리가 다가오자 관중석은 하나 둘 핸드폰 라이트를 켜기 시작했다. 결국 대표팀은 황희찬의 선제골을 지켰고 홈 팬들 앞에서 값진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붉은 색에서 흰 색 불빛으로 바귄 경기장. 팬들은 90분 동안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도 팬들에게 인사로 답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무패 행진을 이어간 벤투호는 오는 17일 카타르 도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 중립경기에서 이라크와 원정 6차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