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kt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프로야구 kt는 10개 구단 중 막내다. 2015년 처음 1군에 합류해 하위권을 전전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가을야구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정규 리그 2위임에도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에 밀렸다.
그런 kt는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에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기어이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 KS 상대는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아픔을 줬던 두산. 그러나 kt 선수들은 7년 연속 KS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쓴 두산을 상대로 "우승은 우리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윌리엄 쿠에바스(31)라는 가을 에이스가 있어 자신감이 더욱 넘친다. 단기전에서 확실한 1승이 보장되는 에이스의 존재는 우승의 절대적인 요인. 그 역할을 쿠에바스가 해내고 있다.
쿠에바스는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KS 1차전에서 7⅔이닝 8탈삼진 7피안타 1실점 역투를 펼쳤다. 팀의 4 대 2 승리를 이끌며 승리 투수는 물론 경기 MVP까지 거머쥐었다.
73%가 넘는 우승 확률이 걸린 1차전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7이닝 이상을 책임진 쿠에바스의 활약에 타선도 1 대 1로 맞선 7회말 3점을 뽑아내며 에이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특히 쿠에바스는 이날 흔들릴 수 있던 여러 변수에도 꿋꿋했다. 5회초 1사에서 강승호의 타구가 중견수 배정대의 살짝 아쉬운 수비로 3루타가 되고 희생타로 동점을 허용한 게 그랬다. 6회초에는 쿠에바스의 공에 박건우가 맞고 쓰러져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는 돌발 악재도 발생했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침착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진 박건우를 찾아 사과했다. 이에 박건우도 괜찮다며 쿠에바스를 오히려 위로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쿠에바스는 8회 2사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6회초 두산 박건우가 kt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던진 공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사과하는 쿠에바스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경기 후 쿠에바스는 "박건우는 함께 뛰는 동료고 나와 사이도 좋다"면서 "의도하지 않은 공이 몸에 맞았는데 박건우가 고통을 호소해 다가갔다"고 6회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다행히 부상이 심각하지 않았고, 박건우도 농담을 던졌다"면서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순수하게 즐기고 싶은데 상대 타자의 몸 상태를 살피는 건 경기를 순수하게 즐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런 강철 멘털은 지난달 31일 삼성과 1위 결정 타이 브레이커 경기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당시 쿠에바스는 사흘 전 NC와 경기에서 108개의 공을 던지고 불과 2일만 쉬고 등판했다. 그러고도 7이닝 8탈삼진 2볼넷 1피안타 무실점 혼신의 역투로 1 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쿠에바스는 정규 시즌 23경기 9승 5패 평균자책점(ERA) 4.12의 성적을 냈다. 2018년 데뷔 시즌 30경기 13승 10패 ERA 3.62, 지난해 27경기 10승 8패 ERA 4.10 등 점점 기록이 하향세였다.
다만 쿠에바스는 올해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낸 일을 겪었다. 지난 8월 국내에 머물던 아버지가 코로나19로 별세한 것. 그 충격으로 쿠에바스는 체중이 5kg이나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9월 이후 3승 2패 ERA 3.56으로 선전하며 kt의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런 활약에 kt도 제 1선발을 쿠에바스로 정한 것이다. 또 다른 외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올해 13승 10패 ERA 3.39로 쿠에바스보다 성적이 나았다. 그러나 KS 1,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서지 못한다. kt 이강철 감독은 "아무래도 큰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투수를 내야 한다"며 2차전 선발로 소형준을 예고했다. 쿠에바스의 강철 정신력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확실한 에이스는 가을야구 우승의 보증수표다. 두산도 2015년과 2016년 더스틴 니퍼트, 2019년 조쉬 린드블럼 등 특급 에이스를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NC 역시 2승 1세이브를 거둔 드루 루친스키가 맹활약하며 창단 첫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올해 kt도 쿠에바스라는 걸출한 가을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두산은 그 역할을 해줘야 할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 재활 이후 3차전에야 나설 전망이다.
쿠에바스는 KS 출사표로 "역사를 만들자! 팀 포스트시즌 첫 승, 창단 첫 우승을 견인했으니 이제는 KS 첫 승리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쿠에바스가 kt에 창단 첫 우승의 역사를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