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한국은행 제공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 유일한 비둘기파로 불리는 주상영 위원마저 11월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진로변경을 고민할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인정하면서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14일 공개한 '2021년 23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주상영 위원은 "대면서비스업의 반등과 함께 고용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10월 취업자수가 지난해 2월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물론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발언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달 금통위 직후 이주열 총재가 주상영 위원이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냈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 발언은 주 위원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분기 대비 8.0% 증가하고 근로소득도 6.2% 증가해 경기회복이 가계소득의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분위별 소득도 고르게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주 위원은 "즉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출과 제조업 위주의 생산활동 증가가 고용과 가계소득, 민간소비의 내수 회복세로 이어지는 모습이 관찰되기 시작했으며 지표상으로 통화정책의 진로 변경 여부를 고심할 만한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물론 주 위원이 이날 금통위에서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더하여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결합하는 금융 통화상의 강력한 긴축은 바람직한 정책조합이 아니"라며 금리동결을 주장했지만 통화정책의 진로변경 고민을 인정함에 따라 내년 1월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이날 금통위에서 주 위원과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은 '추가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한 위원은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0.75%에서 1.0%로 인상하여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추가적으로 조정하고 향후 코로나19 전개 상황,공급병목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물가와 성장 경로에 대한 영향,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다른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세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금리인상에 따른 둔화영향이 추세를 바꿀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서 "현시점에서 과도한 유동성과 현실화돼 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금리인상을 찬성했다.
한 위원은 이어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측면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추가적으로 축소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다"면서 "추가조정의 시기는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살펴보면서 향후 감염병 진행 영향, 성장과 물가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금융불균형의 개선 여부를 세심히 보아가며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을 찬성한 다른 위원은 "국내경제의 성장과 물가, 금융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축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역시 금리인상을 주장한 또다른 위원은 "향후 경제회복세와 물가의 흐름, 그리고 금융시장 상황과 경제주체들의 수용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가 대체로 중립적 수준에 근접해 나갈 수 있도록 통화정책 완화기조 조정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면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이렇게 발언을 하지 않은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추가 금리인상을 주장했고 유일한 비둘기파인 주상영 위원도 지금까지 금통위와는 다르게 '통화정책 기조 조정이 필요한 유의미한 변화'를 인정하면서 한국은행이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