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이정협.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두 번 다시 피 말리는 상황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국가대표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이정협(31, 강원FC)에게 지난 2년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2020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K리그2 강등을 겪었고, 2021년 K리그2 경남FC에서는 부상에 시달렸다. 시즌 중반 강원FC로 이적했지만,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K리그1에 잔류했다. "나 때문에 강등을 당하나"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이정협은 2022년 최용수 감독과 함께 부활을 꿈꾼다.
이정협은 17일 부산 전지훈련 중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워낙 성적이 안 좋아서 많은 팬들이 실망했을 것"이라면서 "두 번 다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동계훈련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출신 최용수 감독과 훈련하면서 골 넣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목표로 세운 파이널A 진출을 위해서는 이정협의 골이 필요하다.
이정협은 "감독님께서 스트라이커 출신인데 따로 주문을 하기보다 골대 앞에서 대충하지말고 훈련 때부터 골 넣는 습관을 들이면 경기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해주셨다. 훈련 때부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미팅룸에서 처음 봤는데 아우라가 있었다. 다가가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먼저 장난도 치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다. 생각했던 모습보다 따뜻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의 강등, 그리고 강원에서의 승강 플레이오프. 이정협에게는 쓴 약이 됐다. "두 번 다시 겪지 않겠다"는 각오도 생겼다.
이정협은 "사실 승강 플레이오프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부산에서 한 번 강등을 당했는데 다시 강원에 와서 강등을 당하면 '나 때문에 강등을 당하나' 생각도 많이 했다. 굉장히 마음이 쓰였고, 괜히 이 팀에 왔나 싶기도 했다"면서 "선수로서 두 번 다시 피 말리는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목표는 승리다. "꼭 골을 넣고 싶다기보다 팀이 잘 되는 것이 우선이다. 팀을 이용해 내가 빛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지만, 결국 이정협의 골이 터져야 강원도 승리에 가까워진다. 이정협도 "팀을 위해서는 스트라이커로서 골이 필요하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수 감독은 "대표팀에 있을 때는 결정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지난 몇 년은 보여준 것이 없는 것 같다"면서 "이름값에 걸맞는 포인트가 나와야 한다. 올해는 12~15개 정도 해주면 본인도, 팀도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이정협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에도 종종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한일전 이후 대표팀과 멀어졌다.
이정협은 "내가 K리그2에서 뛴다고 대표팀에 안 뽑혔던 것은 아니다. 내가 어디에서 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뛰느냐에 달렸다"면서 "K리그1에 있든, K리그2에 있든 내가 하기 나름이라 생각하고, 운동장에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면 또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