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한지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창준이 삼촌은 13골인데…."
한지호(34, 부천FC)는 어느덧 프로 13년 차다. 최고 성적은 2016년 경찰청 복무 당시 기록한 38경기 10골 6도움이다. 프로 12년 동안 유일한 두 자리 골이었다. 이후 부침이 있었다. 프로 데뷔팀인 부산 아이파크를 떠나 2020년 경남FC로 이적했고, 2021년에는 부천으로 둥지를 옮겼다.
경남에서 11경기 1골 1도움에 그쳤고, 지난해 부천에서도 29경기 4골 3도움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 승원 군이 아빠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K리그 기록을 꿰고 있는 아들은 아빠의 자극제가 됐다. 아들 덕분에 한지호도 다시 두 자리 골을 향해 뛴다.
한지호는 18일 부산 전지훈련 중 기자회견에서 "(두 자리 골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면서 "아들이 항상 자극을 많이 준다. '안병준은 몇 골인데 아빠는'이라고 말한다. K리그에 관심이 많아 승점, 개인 순위표를 자주 본다. 누가 몇 골을 넣었는지 다 안다. 창준이 삼촌은 13골인데 아빠는 같은 팀인데 왜 그렇게 넣었냐고 말도 한다. 장난이겠지만, 속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웃었다.
계속해서 "동계훈련 전에 놀이공원에 한 번 갔다. 너무 힘들었다"면서 "승원이가 초등학교에 가는데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딱히 바라는 것은 없다. 그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천 이적 후 첫 해. 이영민 감독은 신뢰를 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영민 감독은 따로 휴가를 주는 등 한지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래서 더 2022년을 기다린 한지호다.
한지호는 "이런 신뢰를 처음 받아서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담도 됐다. 보답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경기력으로 나온 것 같다"면서 "경기력이 안 좋았을 때 감독님이 휴식을 줬다. 1주일 정도 집에서 쉬면서 멘털을 정리하고 오라고 했다. 그 다음에 바로 골을 넣고, 그 뒤로 경기가 잘 풀렸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올해를 보답할 수 있는 해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천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 흔히 말하는 리빌딩 과정에 있는 팀이다. 당연히 한지호는 최고참급이다. 주장 조수철보다 나이가 많다.
한지호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편하게 한다. 어린 친구들에게 잔소리 한 번 안하고, 잘 어울리려고 하는 스타일"이라면서 "내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딱히 나를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하거나 그러지 않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