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제공재정난을 이유로 간송 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국가지정문화재 국보 2점이 모두 유찰됐다.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 경매에 국보 '금동삼존불감'(제73호)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제72호)이 출품됐다. 각각 28억원과 32억원으로 시작했지만 응찰자가 없었다.
국보가 미술품 경매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두 국보는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일제 강점기에 사재를 털어 수집한 문화재라서 더욱 관심이 집중됐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간송 후손이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와 보물을 경매에 내놓은 것은 두 번째다. 앞서 2020년 5월 케이옥션에 보물 '금동여래입상'(제284호)과 '금동보살입상'(제285호) 2점을 출품했지만 유찰됐고, 같은 해 8월 국립중앙박물관이 22억원에 매입해 두 불상은 국유문화재가 됐다.
금동삼존불감. 케이옥션 제공간송미술관이 국보와 보물의 매각을 시도하는 이유는 재정난 때문이다. 미술관 측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2013년 재단 설립 후 전시와 문화사업을 병행하면서 재정 압박이 커졌고 전성우(간송 아들) 전 이사장이 소천한 후 추가로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운영 부담도 가중됐다"고 밝혔다.
이번 소장품 매각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간송 후손에 대한 미술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두 국보는 재단이 아닌 전인건(간송 손자) 간송미술관장 개인 소장이기 때문에 경매 수익이 미술관에 돌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또 미술관 측이 입장문에서 언급한 다목적 신축수장고(서울 성북동)와 대구간송미술관은 국비와 시비 등 세금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두 국보가 경매에 나온 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유찰된 두 국보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경매에 입찰하지 않았지만 국보를 매입할 가장 유력한 후보는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지난해 유찰됐던 간송 보물 불상을 매입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유물구입 예산(39억원)으로는 두 국보를 모두 매입하기는 어렵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유찰된 경매품은 일단 위탁자인 간송미술관에 돌아간다. 재출품 여부는 위탁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케이옥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