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연합뉴스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한국의 반발을 이유로 추천을 미루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집권 여당 보수 세력의 압박에 밀려 일본 정부가 결국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NHK는 28일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이날 밤 이를 공식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에 앞서 일본 정부가 추천과 관련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며 내년에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도광산을 내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면 시한인 다음 달 1일까지 유네스코에 공식 후보로 추천해야 한다.
사도광산 갱도. 연합뉴스일본 정부는 이날 공식 입장 표명에 이어 다음달 1일 열리는 각의에서 추천을 승인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반발을 고려해 이번에 추천해 탈락할 경우 등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올해 추천을 보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2015년 하시마(군함도) 탄광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제 조건으로 강제노역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러나 일본 집권 여당의 보수 우익 세력이 기시다 총리에게 올해 추천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으로 추천을 미룬다고 해서 등재 가능성이 커지지 않는다며 "한국과의 역사전쟁을 피할 수 없는 이상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강제 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배상 소송에 이어 한일간 역사 갈등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도 광산은 에도 시대(1603~1868년)에 금광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기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되면서 조선인이 동원돼 강제노역에 시달린 현장이다.
'최대 1200여명' 또는 '적어도 2천 명'의 조선인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