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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렸는데 가족 보기 어렵죠"…올해 설 연휴도 노동자들 '긴 한숨'

경남

    "잘렸는데 가족 보기 어렵죠"…올해 설 연휴도 노동자들 '긴 한숨'

    '한 달 100만 원'에 버티는 한국GM 해고자…명절 마음 편치 못해
    "월급 90만 원"…코로나에 제대로 돈 못 받는 60대 직원
    경력 20년 해고자 "회사 유죄 받았으면, 책임지고 고용승계 해야"

    김경학 씨 페이스북 캡처김경학 씨 페이스북 캡처올해 닷새라는 다소 긴 설 연휴가 찾아왔지만 어떤 사람들은 기쁘지가 않다. 정부가 코로나로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오히려 반갑기만 하다.

    코로나 여파로 일감이 줄어 제대로 된 임금을 못 받았거나 수년째 해고 상태로 빚을 지고 사는 우리 주위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한달 100만 원'에 버티는 한국GM 해고자

    김경학(42)씨는 한국GM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자다. 김씨는 2008년 한국GM 창원공장 하청 노동자로 입사해 자동차 스파크를 만들다 경영상의 이유로 2017년 해고됐다. 김씨는 그때부터 복직을 요구하며 해고자 신분으로 살고 있다.

    김씨는 올해도 설 명절이 기쁘지 않다. 모아둔 돈도, 결혼도, 번듯한 직장도 없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조합비 100만 원으로 한달씩 버티고 있다. 김씨가 그럼에도 이런 삶을 택한 이유는 한국GM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재 비정규직 지회장을 맡으며 한국GM 사측과 복직 문제를 놓고 장기간 소송전에 물밑 협상까지 여러 일을 맡고 있다. 김씨는 그래서 남들과 같은 일상을 누릴 기회가 흔치 않다. 설 명절에 창녕에 있는 부모님 보는 것도 죄스럽다. 김씨는 "다 큰 자식이 직장도 다니지 못하는 상황을 부모님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테니 명절에 찾아 뵙는 게 어렵다"며 "명절에 마음 편히 보냈던 날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GM 사측이 불법 파견을 하루 빨리 인정했음 한다. 한국GM 사측은 법원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총 10회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했다고 판결과 판정을 받았다. 사측은 대법원에서 파견법 위반 등으로 패소하자 당사자 5명만 정규직으로 고용했고 그밖의 노동자들과 건별으로 장기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부평과 군산, 창원 등 수백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4차 소송단까지 꾸려 근로자지위확인 등의 소송으로 사측과 재판 중이다. 김씨와 같은 창원공장 해고자 130여 명이 올해 설 명절에도 마음이 편치 못한 이유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월급 90만 원"…코로나에 제대로 돈 못 받는 60대 직원

    곽경도(64)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창원의 한 식당 주방에서 일했다. 남들은 퇴직할 나이지만 함께 사는 90대 노모의 약값과 병원비 등을 위해 생계 전선에 나서야만 했다. 곽씨는 하지만 2020년 2월 코로나가 시작된 뒤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가게에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곽씨는 애초 매달 월급을 25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가게에서는 코로나 탓에 월급을 절반 이상 깎았다고 한다. 가게는 임의대로 한달 중 15일만 출근, 적게는 한달 중 7일만 출근 시킬때도 있었다. 곽씨가 그렇게 가장 적게 손에 쥔 월급은 90만 원. 치매 약값 30만 원과 월세 30만 원, 그리고 각종 공과금을 떼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없었다. 물론 노모를 요양해 줄 요양보호사는 쓸 수 없었다.

    곽씨는 지난해 퇴사 후 지자체가 하는 공공근로도 살펴봤지만 수십만 원의 용돈 수준에 불과해 신청하지 않았다. 이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고 싶어 식당 여러 곳을 찾아봤으나 코로나 여파 등으로 어디에서도 곽씨를 쓰질 않아 난처하기만 하다. 곽씨는 결국 은행에 대출을 받았다. 이번 설 명절에는 출가한 자녀들의 손자에게 용돈이라도 쥐어줘야만 할 것 같다.

    곽씨는 "정부 지원금이라도 받는 업주도 힘들지만 그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힘들다"며 "자기 앞가림하고 사느라 바쁜 자녀들한테 손 벌릴 수는 없고, 참 일할 곳이 마땅치않은데 지자체가 복지 정책을 잘 세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씨 페이스북 캡처김수연 씨 페이스북 캡처

    경력 20년 해고자 "회사 유죄 받았으면, 책임지고 고용승계 해야"

    김수연(46)씨는 지난 2019년 일자리를 잃었다. 창원 50년 전통이라는 '한국공작기계' 회사가 폐업하면서다. 김씨가 20년 가까이 일한 회사였다. 이 회사는 2010년 매출액 1천억 원을 찍으며 한 때 잘 나갔으나 2019년 11월 공식 파산했다. 경영진의 횡령과 경영 악화 등이 이유다.

    김씨는 수백억 원의 부채 탕감을 위해 회사가 위장 파산했다며 고용승계를 요구 중이다. 김씨는 "업체명만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뀐 점, 내부 인원과 경영진이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는 점 등이 위장 폐업의 근거"라며 "수백억 원 횡령으로 대표가 유죄로 징역을 살다 최근에 나온 만큼 책임감 있게 2명의 노동자들을 고용 승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고 이후 제대로 된 명절을 보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장으로 일하고 있어 노조의 지원금을 받지만, 최저임금 수준으로 생활이 쉽지는 않다고 한다. 김씨는 이처럼 경제적 형편이 썩 좋지 않지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마지막까지 회사를 상대로 이기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 김씨는 "명절이 끝나고 또 회사에 고용 승계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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