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엄마는 아이돌' 민철기 PD. tvN 제공"10년 전이랑 똑같다, 그게 문제예요. 제가 보기엔 10년 전이랑 똑같은 게 문제인 거예요.""가성으로 노래하시더라고요. 랩을 하시고 약간 가성으로 부를 때 아쉽지 않았나 해서 '하'를 드렸습니다.""열정과 끼는 굉장히 많고 표정도 좋은데 몸이 못 따라가 주니까 보면서 좀 답답했어요."
tvN '엄마는 아이돌'은 직관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엄마의 아이돌 도전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쥬얼리 박정아, 원더걸스 선예, 애프터스쿨 가희, 베이비복스 리브 양은지, 가수 별, 배우 현쥬니 등 면면이 화려한 멤버들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엄마는 아이돌'은 예상보다 더 본격적이었다. 데뷔를 목표로 한 만큼 첫 미션에서부터 현재의 실력을 점검했고, 춤과 노래를 두루 평가하며 팀워크도 봤다.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무대에 오른 출연진에게는 가감 없이 냉정한 평가가 돌아갔다. 출연진도, 시청자도 예상 밖의 매운맛에 당황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반가운데 평가가 지나치게 가혹한 것 아니냐'라는 불만 섞인 반응도 나왔다.
지난 8일 전화로 만난 '엄마는 아이돌' 민철기 PD는 그런 지적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집안일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긴 시간 무대를 떠나 있긴 했지만, '엄마는 아이돌' 출연진은 뛰어난 실력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사이에서 데뷔해야 하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실력 향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약 3개월 동안 진행한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프로그램에 헌신해 준 출연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 민 PD에게 '엄마는 아이돌'의 시작과 끝에 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tvN 예능 '엄마는 아이돌'에서 탄생한 6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마마돌. 왼쪽부터 박정아, 양은지, 가희, 선예, 현쥬니, 별. tvN 제공▶ 지난 4일 '엄마는 아이돌'이 끝났는데 종영 소감은.똑같은 것 같다. 좀 섭섭한 마음이다. 시원하진 않고. (웃음) 이들(출연진)과 촬영장에서도, 편집실에서도 정이 많이 들었다. 같이 3개월 산 느낌이어서 떠나보내기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정말 이렇게 끝이냐'고들 한다. 시청자분들도 그렇고. 저 역시도 이걸 받아들이는 게 좀 쉽진 않다. 워낙 3개월 동안 열심히 달려왔다. 굉장히 벅찬 스케줄이었는데, 프로그램 결과를 떠나서 이분들이 하루하루 보여준 열정과 노력을, 실력으로나 관계적인 면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때론 위기도 많았는데 그런 걸 극복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본 사람으로서, 굉장히 정이 많이 든 것 같다.
시청자분들도 응원 많이 해 주시고 결과도 좋아서 조금 더할 수도 있지 않나, 저도 그런 생각해 봤는데 일단 저희가 목표로 한 게 데뷔 무대까지였고 거기서 작지만 콘서트를 했으니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출연진 중) 해외로 돌아가야 하는 분도 있고 일정 면에서 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웃음)
▶ 프로젝트 그룹 '마마돌'이 데뷔하자마자 프로그램이 끝나서 아쉽다는 반응이 더 큰 것 같다.(회차를) 늘리려면 늘릴 수는 있는데 밀도가 떨어지는 건 연출자로서 바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만 8회 안에 끝내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출연진이) 아쉬워하니까 내가 몹쓸 짓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웃음) 딱 목표한 바를 이루고 아름다울 때 끝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엄마는 아이돌'은 오디션, 경연, 리얼리티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쇼였다. 이런 각각의 특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접목하려고 노력했나.오디션이나 경연 프로면 스튜디오 위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이분들의 노력 과정과 서사가 들어가야 해서 야외에서 팔로우하며 찍은 것도 많이 들어가야 했고, 저희 카메라가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출연진이 핸드폰으로 촬영도 열심히 해 줬다. (웃음) 담아내고 싶은 게 많아서 찍은 걸 편집하는 게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
마마돌은 지난달 27일 엠넷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했고, 28일 데뷔곡 '우아힙'의 음원을 냈다. '엄마는 아이돌' 공식 홈페이지▶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은 출연진으로 아이돌을 만든다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본래는 걸그룹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근데 그런 게 워낙 많아서, 사람만 바뀌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뭐 엣지 있는 거 없나, 기획의도가 선명한 걸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한 PD가 '엄마들로 한번 해 보면 어떠냐' 했다. '에이~ 너 같으면 나오겠냐' 얘기하다가 어? 했다.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더 재밌어 보였다.
섭외가 될까 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요즘은 시청자들이 (뭐든) 잘해야 보는데 괜히 어설프게 준비하면 시청자들도 등 돌리고, 어렵게 나와준 분들도 민망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됐다. (프로그램 정체성은) 오히려 엄마로 기준을 잡으면서 명확해진 면이 확실히 있었다. 안 봤던 프로그램이니까. 세계 최초다. 저희가 조사해봤는데 엄마로만 이루어진 그룹은 처음이더라. 힙한 그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송하기까지 대략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하다.8월 중순쯤 이 아이템으로 픽스하고 섭외를 시작해서 첫 녹화를 11월 초에, 12월 첫 주에 첫 방송을 했다. 세팅하고 섭외 완료한 게 9월 초 정도였고 선예씨가 10월 이십 며칠에 들어왔으니 급하게 돌아갔다. 나이 어린 분들도 (이런 바쁜 일정이) 쉽진 않은데 30대, 40대이시고 아이도 키우시니 '체력이 다르다'라고 하시더라. 워낙 춤과 노래를 떠나 있던 분도 많고, 예전 감을 찾아 요즘 트렌드에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았다.
▶ 사실 출연자 입장에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프로그램일 것 같다. 여러 미션이 계속 주어지고, 어느 정도는 사생활을 공개해야 하니까. 섭외 과정을 더 듣고 싶다.맞다. 그래서 고민하신 분도 있었고, 선예씨는 처음엔 정중하게 고사했다. 근데 계속 생각이 났나 보더라. 나중에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가희씨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고 싶다고 했다. 너무 무대가 그립다고. 저희는 '이 프로그램 잘 안 되면 어떡하냐' 이랬는데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그립기 때문에 하고 싶다고 하셨다. 시청률이 잘 나오든 말든 (웃음) 이 제안이 너무 고맙고 믿어지지 않는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던 게 기억난다.
또, (출연을) 고민하신 분들도 계셨고… 잘못 나와서 과거에 이룬 것이 퇴색될 수도 있고, (출연기간에) 아이들한테 소홀할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스럽지 않겠나. (아이돌 멤버로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의 문제에도 부딪혔을 거고… 섭외 과정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한 분 한 분 용기 내 주실 때마다 괜찮겠다 하고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문제로 섭외가 안 된 분도 있지만.
'엄마는 아이돌'은 지난 4일 8부작으로 종영했다. ▶ 그렇게 가희, 박정아, 선예, 별, 양은지, 현쥬니가 출연을 확정했다. 처음에 세 명을, 이후에 세 명을 공개하는 방식이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기획된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다. 처음 세 분은 아이돌 그룹 출신을 공개하고, 그다음에는 예측이 안 되는 분들을 공개하려고 했다. 솔로 가수 별씨, 배우로 더 알려진 현쥬니씨, 베이비복스 리브 양은지씨. 저희끼리는 '크레이지 섹시 쿨'이라고 했는데, 엄마도 얼마든지 섹시하고 강하고 쿨할 수 있다고 봤다. 힙한 엄마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 첫 번째 미션이었던 '현실 점검' 시간이 예상보다 더 잔인했다는 반응이 나온 것을 아는지.안다. 누구건, 남자건 여자건 어떤 분야에 있다가 10년 정도 경력 단절이 일어났다고 하자. 그럼 과거에 쌓은 명성은 사실 과거인 거다. 후배들과 겨뤄야 하는데 나의 현실적인 능력치는 어떤지 정확하게 짚어줘야 빨리 문제점을 개선해서 한 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 어떻게 보면,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일상을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 과거에 잘나갔으니까 당연히 앨범 내고 방송 무대 데뷔시키고 이런 게 아니라. 육아하다가 현업 복귀하려는 엄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2~3년만 지나도 세상이 바뀌어 있다.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그런 걸 담으려고 했는데 '레전드들 모아다가 후배들 앞에서 망신 준다' 이런 지적이 마음 아프긴 했다. 한편으로는 '레전드는 추억으로만 남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과거의 레전드를 소환하는 방식이 있긴 했지만 (저희는 저희의 방식이) 손색없고 충분히 승산 있다고 봤다. 이분들이 육아 때문에 집에 있어서 그렇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란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가혹하게 현실 점검을 했다. 그게 관전 포인트이기도 했고. 자신들의 현재 상황과 한계를 어떻게 딛고 극복해나가는가 이런 과정이 보여야 했다. 그래야 무대를 떠난 지 10년 넘은 이들이 다시 도전하는 의미가 있는 거니까. (보면서) 엄마들이 많은 용기와 힘, 위안받길 바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