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윤창원·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사실상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접고 4자 대결 채비에 나선 분위기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 성사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물밑에선 협상 무산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안철수 후보 측과의 공방이 거세지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단일화 결렬' 파장…사실상 4자 구도 채비
윤 후보는 28일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에 대한 발언을 아꼈다. 지난 20일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 결렬 선언 이후 양측 실무진은 물밑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전날 윤 후보가 그동안 협상 경과 과정을 전면 공개하면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단일화 협상의 당사자인 두 후보가
사실상 '결렬'에 가까운 메시지를 내자, 그동안 움직였던 양측 캠프 내 모든 협상 채널도 일시적으로 멈춘 상황이다.
반면 단일화 협상 무산과 관련해 책임 공방론을 포함한 신경전은 더 거세졌다. 애초부터 4자 구도 하에서 '자강론'을 주장해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
단일화를 했을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단일화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오히려 적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전모를 보면 국민들이 누가 더 진정성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
이제 국민이 단일화를 해주실 때"라며 "지난한 협상이 도로 제자리다. 정권교체의 대로에 모두 하나"라고 밝혔다. 협상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떠넘기는 동시에 4자 대결 구도에서도 윤 후보가 이길 수 있다며 '자강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의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당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북 지역을 돌고 있는 안 후보는 정읍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무산에 따른 야권 분열 책임론에 대해 "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는 비례한다"며 "권한이 많은 사람이 책임이 큰 것 아니겠냐"고 했다.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제1야당 소속인 윤 후보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반박한 셈이다.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과 물밑 협상을 진행해온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별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의적으로 만든 협상 경과 일지를 공개한 것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윤 후보와 국민의힘 측의 이중플레이를 보며 누군들 진정성이 있다고 느끼겠냐"고 말했다.
물밑 공방 난타전…'계획된 이중플레이' '민주당과 내통설' 신경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물밑에선 노골적인 난타전이 벌어졌다. 단순히 협상 무산에 따른 책임론을 넘어
'계획된 이중플레이', '민주당과 내통설' 등이 돌며 상대방을 겨냥한 흠집내기 경쟁이 벌어졌다. 윤 후보가 '고인 유지'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이 대표를 활용해 안 후보에 대한 고사 작전에 가담했지만, 이같은 전략이 실패하자 그동안의
협상 과정을 공개하는 등 2차 공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대로 안 후보가 '다당제 기반 통합정부'를 약속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암묵적으로 합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포기하고 대선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윤 후보 선대본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
협상 일지까지 공개될 정도면 사실상 단일화는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며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단일화 블랙홀에 빠져 나올 기회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선대본부 관계자도 "윤 후보의 전격적인 발표로 사실상 극적 타협 가능성이 20% 이하로 내려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처음부터 윤 후보 측은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던 것 같다"며 "
그냥 안 후보가 무릎을 꿇고 들어오길 바라며 고사 작전을 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 측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 물밑에서 윤 후보 측 사람들이 안 후보 전화번호를 공개해 압박 문자를 보내자고 선동하거나 (안 후보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 관련 마타도어를 담은 지라시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인명진 목사는 오는 1일 여의도 국회 앞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14일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인 목사는 이날 통화에서 "윤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위해 만나자고 했는데 이를 거부한 안 후보가 지금 정권교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에도 안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 압박 공세와 함께 '지지 철회'를 언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애초 인 목사가 윤 후보로 흡수 단일화를 만들어 낼 목적으로 안 후보 측에 합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표면적으론 양측 모두 막판 대타협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4자 대결 구도에 무게가 실리면서 향후 전략도 전면 수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 무산 책임이 안 후보에게 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동시에 정면 대결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
안 후보를 공격하기 보다는 정권교체를 위해 범야권이 힘을 합치자는 뉘앙스만 보여주면 된다"며 "민주당이 안 후보의 완주를 원하기 때문에 굳이 말려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저녁 의원총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단일화 협상을 두고 안 후보 측과의 충돌이 오만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은 이 후보와 윤 후보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단 점을 의식해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유일한 대안 후보로서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윤 후보만 굳이 과도하게 비판하지 않고,
비도덕적인 이 후보와 무능한 윤 후보를 모두 때리면서 대안 후보로서 강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네거티브 전략 대신 정책적 측면에서 우위를 보여주며 대선 완주 의지를 굳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