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 쇼핑몰이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황진환 기자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조정안을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사적모임의 인원을 유지한 채, 영업시간을 1시간 더 늘린 11시까지로 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잇따른 방역완화 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6인‧11시' 방안 유력 검토…이르면 주말부터 시행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5일부터 모임 인원은 6명으로 유지하되, 영업시간만 밤 11시까지로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변경된 거리두기 조정안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영업시간만 1시간 완화하는 대신 다음 주에는 다시 모임인원과 시간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이직 정점이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화 시점을 다소 늦추는 방안도 거론됐다. 대신 영업시간 제한을 2시간 연장해 밤 12시까지로 하고, 모임인원도 8명까지로 확대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일 방역·의료분과위원회 회의와 전날 일상회복지원위 회의를 열고 각 분과위원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수렴했다. 영업시간을 1시간 늘릴 때마다 오미크론 전파가 얼마나 커지는 지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도 진행했다. 방역전문가들은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측에서 거리두기를 즉각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부는 중증화율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과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고려해 거리두기 완화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2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의 치명률 자체는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강화할 효율성 자체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짐을 지고 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몇 달째 방치하는 꼴이라 뭔가 조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높다. 다른 부분은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숫자를 줄이는 쪽으로 다 대응을 바꾸면서 왜 거리두기만큼은 계속 과거 방식을 고집하느냐는 항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확진자 24만 넘어 폭증…"거리두기 강화해야 할 시기"
하지만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향해 가고 사망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3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은 24만 4889명으로 이미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사망자는 12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 수도 꾸준히 증가해 766명이다.
서울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도달하더라도 의료체계는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손 반장은 3일 백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코로나19 정점 상황에서 위중증 환자 규모는 최대 2500명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도 대응 가능한 병상이 약 6천개가 있기 때문에 감당 가능한 범위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병상가동률 수치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중증 환자 병상수는 수치적으로는 충분히 감당 가능하지만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델타 변이 때도 점유율이 80%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유행의 정점을 지나가는 순간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미가 상실되지만, 지금은 2주 정도 여유를 갖고 대응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정 교수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유행 정점은 2주 정도 남아있는데 정책적 판단들이 정말 많이 아쉽다. 듣지도 않을 의견은 왜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며 방역완화에 대해 비판했다.
거리두기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지금은 오히려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환자수를 줄여야 할 시기"라며 "세계 어느 나라가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는데 거리두기를 완화하나. 브레이크를 밟아야하는데 정부는 더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