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대순진리회 본원 정문 앞에서 신도들이 문 앞을 막고 서 있다. 백담 기자.서울 광진구의 한 종교단체 도장 앞에서 종파 싸움으로 인한 신도 간 대치가 약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도장을 점거한 파와 외부에서 스크럼을 짜며 고사 작전에 나선 파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들이 대치하는 배경은 종교 단체 명의의 수천억 원의 자금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8일 시작된 광진구 중곡동 대순진리회 본원 앞 신도 간 대치 상황은 사건 발생 24일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 갈등은 지난달 8일 수년 전 중곡동 본원에서 분열되어 나온 A방면(종파)이 중곡동 본원을 점거하는 동시에 해당 방면에 상주하던 B방면(종파) 신도들을 내쫓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중곡동 본원을 점거한 A방면 신도들은 굳게 닫힌 철문을 등지고 스크럼을 짜 타 종파 등 외부인이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
당시 상황은 지난 2월 13일 CBS노컷뉴스
'[단독] 대순진리회, 서울 한복판 '종파싸움'…4000억이 불씨?' 보도로 최초 알려졌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중곡동 본원 앞 상황은 4주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백 명의 신도들이 본원 담장을 둘러싼 채 내부 침입을 막고 있었다. 담장 위로는 얼기설기 놓인 뾰족한 철조망이 눈에 띄었다.
대치가 장기화될 기미가 보이자 이들은 각각 자리에서 버티거나 상대를 옥죄는 전략을 폈다. 본원을 빼앗긴 B방면 신도들은 중곡동 본원 내부에 있는 A방면 신도들에게 전해줄 물과 식량의 제공을 막으며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본원 내부에 있는 A방면 신도들은 내부에 있는 식량 등을 갖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충돌 장기화에 신도 간 폭행도 발생…경찰도 '난색'
최근 두 집단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등의 충돌 상황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5시 30분쯤 중곡동 본원 근처 오르막길에서 신도 수십 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신도들끼리 서로 밀치는 등 몸싸움을 벌였으며 십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신도 간 폭행이 있었는지, 몸싸움 과정에서 사설 경호가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이틀 뒤인 지난 2일 오전 11시쯤에도 본원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B방면 신도 100여명과 A방면 140명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이들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고 5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경찰은 현장에서 폭행에 가담한 이들을 현행범 체포해 조사 중이다.
동네의 좁은 도로에서 수백 명의 신도들이 고성을 내지르고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약 한달 째 이어지고 있지만 경찰도 상황 정리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 중엔 노인과 여성들이 많은데다 같은 종교 단체 간 점거라 A방면의 행위를 불법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의 원인은 묶인 4천억 원 그리고 병원 건립을 둔 이권 다툼
스마트이미지 제공대순진리회 중곡동 본원 내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그 원인에는 약 20년 동안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4천억여 원의 집행비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순진리회는 과거 성금 2483억 원을 국민은행에 예치한 바 있다. 문제는 1996년 박한경 교주가 사망하면서다. 그가 사망 전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아 2인자 그룹 사이에 성금을 둔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종단의 대표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적 분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어느 한쪽도 가져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금액을 두고는 오랜 기간 공사가 중단된 대형 병원을 건립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쪽과 이를 반대하는 쪽이 부딪히는 양상이다.
복수의 대순진리회 관계자들은 "찾지 못한 4천여억 원을 이용해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는 대형병원을 준공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이 갈등 배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 1995년 대순진리회는 동두천시에 1480개 병상 규모의 동두천 제생병원 건립 공사를 착수했다. 하지만 4년 뒤인 1999년 종단 교주 박한경의 사망으로 내부 갈등이 터지면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다. 이후 병원은 20여 년간 지역 '흉물'로 방치됐으며 지난 2020년 215개 병상 규모의 한방병원 건물에 대한 공사가 일부 재개됐다.
중곡동 본원을 점거한 A방면 측은 B방면과 협상 과정에서 "종교 단체 명의로 된 4천여억 원을 인출해 병원 건립에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B방면 관계자는 "동두천 병원 또한 본래 우리 B방면이 관리해왔는데 갑자기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인출을 하려고 하는 상황이라 동의할 수 없다"며 "법원에서 몇 차례 소송이 있어 은행에서도 건들 수 없는 돈을 이체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순진리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오랜 분쟁 끝에 은행에 묶인 돈 인출을 위해서는 분파 대표들이 모인 중앙종의회를 열어 의결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합의 했다"며 "현재 B방면의 대표만 동의하지 않는 상황으로 안다. 이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