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을 앞둔 3일 오후 서울시선관위 직원들이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소를 점검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 최강 전파력을 자랑하는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 국면에서
확진자·격리자의 본투표 참여를 처음으로 허용한 선거다. 이번 대선이
'참정권 보장'과 '방역 시험대'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 이유다. 재작년 4월 15일 21대 총선과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서는 사전 신청자들에 한해 거소투표와 사전투표만 가능했다.
문제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환자 규모다. 당시엔 하루 확진자가 많아야 1만 명도 채 되지 않았던 반면 지금은 매일 20만 명대의 환자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말 효과'가 사라지는 오늘(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다인 34만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밤 9시 집계기준으로 이미 32만 명을 넘어섰다(32만 6834명). 안전한 투표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핵심 정보를 정리했다.
Q. 확진자·격리자 수십 만 명이 외부로 나오면 감염 위험이 더 커질 것 같은데 대책은.A: 당일 투표는 앞선 사전투표와 달리 일반 유권자와 투표시간 자체가 분리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관리로 '소쿠리 투표'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5일은 확진·격리자들이 기존 투표시간인 오후 5~6시에 투표를 했지만 이날은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가 끝나가는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1시간 반 동안 투표가 진행된다.
또 사전투표 당시 확진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비(非)확진자와 동선이 다수 겹친 점을 고려해
확진·격리자의 투표는 일반 유권자가 투표장에서 모두 퇴장한 후에 시작되도록 했다. 아울러 확진·격리자들이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있도록
임시기표소가 아닌 일반 기표소를 그대로 활용한다.
투표사무원의 손을 거치는 과정을 생략해 '부정선거' 의혹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다.
Q. 그럼 오늘 실제로 집 밖을 나서도 되는 시각은 언제부터인가.A:
오후 5시 50분이다. 당초 방역당국은 확진자·격리자들이 오후 5시 반부터 격리장소를 나가도 된다고 공지했지만, 지난 7일 선관위의 요청에 따라 이를 20분 더 늦췄다. 일반 선거인들의 투표가 지연되면 확진·격리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동선 분리가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농·산·어촌에 거주하는 교통약자는 원래 발표된 지침대로 오후 5시 반부터 외출을 할 수 있다.
이동 수단은 도보나 자가용, 방역택시로 엄격히 제한된다. 지하철·버스 등의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다.
Q. 투표소에 도착해서 확진자·격리자임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A: 우선 일반 유권자와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장애인 복지카드, 청소년증, 생년월일이 기재되고 사진이 있는 학생증(사립학교 포함) 등의 신분증을 챙겨야 한다. 이와 함께 관할 지자체에서 보낸
'외출안내 문자'를 투표사무원에게 제시하면 된다. 해당 문자는 오늘 낮 12시(정오)와 오후 4시에 일괄 발송될 예정이다. 원본 문자가 아닌 '캡처' 화면은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별도의 안내 문자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관할 보건소에 문의하면 된다. 또한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당일 확진 통보를 받아 미처 투표 안내문자를 받지 못했다면 양성 판정을 통지한 문자 등을 투표소에서 보여주고 투표하면 된다.
필수품인 KF94 또는 동급 이상의 마스크는 상시 착용해야 한다. 투표사무원 외 타인과 접촉하거나 불필요한 대화는 삼가야 한다. 대기 시에도 앞뒤로 적정 간격을 유지하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Q.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데, 아직 PCR 검사는 받지 못한 상태라면.A: 당국은 PCR 검사로 양성이 확인된 사람만 확진자로 공식 집계하고 있다.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PCR이 잠복기의 미세한 바이러스도 잡아내는 반면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적잖은 위(가짜)양성이 발생하는 탓이다.
따라서,
자가진단키트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은 오전 6시~오후 6시 사이 일반 유권자들과 똑같이 투표하면 된다.
Q. 확진·격리자가 투표 '이후'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면.A:
가장 중요한 지침은 투표 직후 곧장 집 또는 격리장소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날 외출 자체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상 '질병청장이 정하는 사유'로 인해 예외적으로 허락된 만큼
다른 장소를 방문하거나 돌아다니는 것은 '자가격리 이탈'로 간주된다. 방역당국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에서 커피를 구매하거나 은행 ATM기에서 출금을 하는 등의 행위도 모두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복귀 후에는 물과 비누, 손세정제나 손소독제를 이용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차량으로 이동했다면 손이 닿았던 손잡이 등의 표면을 소독하고 충분한 환기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당국은 투표소에서 하차한 뒤 1회, 격리장소 도착 후 1회 등 '최소 2회'를 권장했다.
Q. 일반 유권자들이 유념해야 할 방역 수칙에는 어떤 게 있을까.A: 투표 과정에서
KF94 이상의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대화나 접촉을 자제하는 것은 동일한 위생 수칙이다. 또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
유증상자라면 해당 사실을 반드시 투표사무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감염 여부가 판별되지 않은 의심환자들은 투표사무원의 안내에 따라 개별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쳐야 한다.
Q. 예상되는 확진·격리자의 참여 규모와 확산 우려에 대한 당국의 평가는.A: 전날 0시 기준으로 재택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총 116만 3702명이다. 정부는
이 중 투표권이 있는 만 18세 이상만을 추려내면 88만 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사전투표를 완료한 유권자들, 투표 의사가 없는 확진자들을 제외하면 실제 규모를 짐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방역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자가격리를 잠시라도 푸는 것은
당연히 노출 기회와 전파 규모를 일부 늘릴 위험이 있다. 다만, 당국은 지난 2년여 간 코로나19에 대응해 오면서 국민들이 보편적인 방역수칙을 어느 정도 체득했다는 점을 토대로
자발적인 시민의식을 기대하고 있다. 현장에서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독려하는 관리가 동반된다면 대선이 지역사회 유행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확산시키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질병관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