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국방 분야에서 전형적인 보수적 관점을 지향하고 있다.
사실 이는 한국에서 집권하는 모든 세력이 일정 부분 공유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민주당 정부는 국방력 건설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를 운용하는 측면에서는 진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는 운용 측면에서도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겠다고 예상된다.
인구절벽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어 가고 있는 병역구조 개편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긍정적 모습을 보였지만, 각론이 촘촘히 갖춰지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전구급 기동훈련 부활, 한미 전략자산 배치 예고
2018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펴낸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을 보면 "평화와 번영은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한다. 강한 안보 없이는 평화를 지킬 수도, 만들어갈 수도 없다"고 적혀 있고,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군사력 증강을 추진해 왔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부터 비난을 듣기도 하고, 오히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모순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으로 군사력을 운용할 때는 유연하고 진보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2018년 9월 9.19 군사합의를 맺어 군사적 충돌 방지와 군축을 위한 프로세스에 합의했다.
또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2019년부터 한미연합훈련을 그간 실시해 왔던 전구(theater)급 기동훈련(FTX)이 아니라 지휘소훈련(CPX) 방식으로 1년에 두 번 하도록 바꾸었는데, 이를 '동맹' 그리고 2020년부터는 '한미연합 지휘소훈련(CCPT)'이라고 부른다.
이 훈련은 한반도 전체를 전장으로 상정한 시나리오 하에 미군 증원병력이 한국으로 들어와 벙커 안에 모여,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 병력을 상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다. 때문에 일선 부대 병사들보다는 고위 지휘관, 간부들을 위한 지휘절차 숙달 훈련에 가깝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동맹의 필요에 따른 연합훈련 실시를 통해 북핵 위협에 대한 확고한 억제력을 확보하겠다"며 중단됐던 전구급 FTX 정상 시행을 공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용현 국방정책분과위원장(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퇴역 육군중장)은 "훈련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한미 모두 사령관과 참모진 등이 바뀌는데, 전구급 FTX를 마지막으로 한 때는 2018년이다. 그동안 연합훈련이 계속 축소돼 전쟁 수행 역량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합훈련을 할 때마다 정례적으로 한국에 오던 미군 전략자산 또한 다시 배치하게 하겠다고 했다.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는 전략자산은 항공모함 전단과 핵탄두가 실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원자력 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 핵무기 탑재 전략폭격기가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 OP(관측소)를 찾아 전방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철원=국회사진취재단)이런 전략자산들이 한국에 배치된 일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북한이 ICBM을 계속 발사하면서 전쟁 위기가 불거졌을 때다. 북한은 현재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다양한 이유를 대며 계속 발사하고 있지만,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을 아직 깨지는 않았다.
김용현 위원장은 "연합훈련 때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필요한 전략자산을 한국에 전개해 달라고 요청하면 미군이 그렇게 해 오는 식이었다. 노하우 습득뿐만 아니라 현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 약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다만 전구급 FTX가 실제로 부활하더라도, 올해 4월 시행으로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 일정을 바로 바꿀 수는 없는 만큼 아무리 빨라도 8월에나 가능해 보인다. 미군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군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세계전략에 따라 결정될 문제일 만큼 현실성도 의심받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연합훈련 시행 시기와 방법은 한미 군 당국이 긴밀하게 협조해 결정할 사항이다"며 "훈련은 그 훈련에서 세우는 목표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달성)하나를 놓고 생각하지, 그 외 다른 변수에 대해선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2018 국방백서부터 삭제됐던 '
주적' 개념 또한 부활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2018·2020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이라고 명기하지 않고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기술했다.
환경영향평가 아직도 안 끝난 사드 기지 '정상화'에 추가 배치 시사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뒤 비행 과정과 고도별 요격체계를 나타낸 그래픽. 박상건·이경행, '미국의 MD를 고려한 능력기반 다층방어체계 구축방안 연구' 논문또 눈에 띄는 공약은 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기지 정상화와 추가 배치다.
한반도에 사드가 처음 배치된 날은 2017년 4월 26일이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탄핵돼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사드가 배치돼 이른바 '알박기' 논란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그 달 18일 사드 배치에 대해 절차적 투명성을 지켜가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5월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1개 포대를 완성하기 위한 나머지 사드 발사대 4기가 이미 국내에 반입됐다는 점을 보고했다.
다음 날 청와대는 "조사 진행 결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사실을 보고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최초 실무자가 쓴 보고서 초안에 '6기 발사대 반입, 모 캠프에 보관'이라고 돼 있던 부분을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군이 국군통수권자를 속였다는 논란이 일었고, 2017년 7월 국방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사드 정식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평가는 2022년 3월 현재까지도 답보 상태다.
그러는 와중 사드 기지에서 생활하는 한미 장병들 생활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국방부는 2020년 5월부터 육로로 물자를 들여보내 생활관과 식당 등 시설을 교체하고 요격미사일도 교환하는 등 기지 운영상 문제를 일부 보완하고 있다.
윤 후보는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임무수행 여건을 보장하겠다"며 '사드 기지 정상화'와 함께 '추가 배치' 공약을 내걸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함에 따라 사드를 추가 배치해 수도권을 고도 40km 이상으로 날아오는 미사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다.
2016 국방백서 223페이지물론 북한이 서울을 공격한다면 레이더에 덜 탐지되고 요격 기회를 덜 주기 위해 스커드, KN-23 등 고도가 낮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사용하는 일이 당연하며, 이 미사일들은 사드 최소요격고도인 40km 이하 저공비행을 할 수 있다. 이미 2016 국방백서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 측 경제사회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지난달 3회 세종국방포럼 '선제타격·사드 논란과 북핵 대응 전략의 재점검'에서 "미사일 방어는 다층방어가 기본으로, 패트리엇과 천궁-Ⅱ가 실패하면 우리 국민이 바로 피해를 본다"며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는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입하더라도 사드는 계속 고성능으로 발전하는데 L-SAM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업그레이드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사드를 민감한 외교 문제로 받아들이는 중국의 반발도 변수다. 한편으로 사드는 주한미군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들여온다면 미국이 이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우리 군 자산으로 구입해서 들여오려면 1조 5천억원 가량 예산이 든다고 알려졌다.
KMPR, KAMD, ISR 능력 향상 등은 민주당 정부와 유사…'선제타격' 문제는?
윤석열 캠프는 일찍이 고위력, 초정밀,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통해 킬 체인(Kill Chain, 현 '전략표적 타격')을 통한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 능력을 갖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제타격이란
상대가 우리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포착되며 지금 우리가 공격하지 않으면 아주 큰 피해를 볼 것이 예상되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해 먼저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전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발사기지를 공격하고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줘야만 무모한 공격을 억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강화의 일환으로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와 레이저를 비롯한 새로운 요격무기를 개발하며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현 '압도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미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독자적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구비하기 위해 군 정찰위성을 조기에 운용하며 추가로 확대, 핵심 표적을 상시 감시하고 북한 미사일과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지원 능력을 갖추겠다고도 했다.
물론 이들 모두 대체적으로 문재인 정부,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이명박·박근혜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하던 정책들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정부가 국방력 건설에 긍정적이다.
김용현 위원장은 이에 대한 질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 국방백서를 보면 킬 체인과 KMPR을 '전략적 타격체계'로 합쳐 사실상 '2축 체계'가 되는 등 목표를 잃고 유명무실해졌다"며 "윤석열 후보 공약은 이를 보다 강화해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게 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것이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도 북한 핵시설 등을 미리 공격해 미래에 올 위협을 제거하는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려의 목소리 또한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국방정책조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모순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집권 초 시기를 잘못 관리한다면 신냉전 구도에 남북 군사대립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힘을 통한 평화', 한미동맹 강화 기조는 북한도 '자위적 국방력 강화'로 똑같이 하고 있어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해 아슬아슬한 남북관계가 예상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정상화와 관련된 진정성을 전달해야 하며, 선거용 공약·메시지와 당선 이후 공약·메시지는 달라야 한다.
도발 명분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군 구조 개편, 모병제 도입 예고했지만 각론 부실
초저출생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어 가는 군 구조 개편에 대해선
총론은 있지만 각론이 다소 부실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군은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18개월 의무복무를 기반으로 2022년까지 총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실제 현역 군인 수는 55만 5천여명이다. 육군 42만여명, 해군 6만 9천여명(해병대 포함), 공군 6만 5천명이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군무원 4만여명과 공무원 4천여명도 있다.
문제는 총병력 50만명이라는 숫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장교와 부사관을 제외한 매년 병 입영 소요(해마다 병으로 입대해야 하는 남성의 수) 20만명이 유지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해 감사원 예측에 따르면 병역의무자는 올해 25만 8천명, 해마다 줄어들다가 2036년엔 21만명, 2037년엔 18만 6천명, 2039년엔 15만 1천명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되는 해보다 약 20년 전에 태어난 신생아 수를 기준으로 계산되는 만큼, 바꿀 수 없는 상수다.
윤석열 당선인은 인간 전투병 대신 무인전투체계와 과학기술 전문 전투요원을 확대해 2030년까지 현장 전투요원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모병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2030년에는 40만명, 2040년에는 30만명까지 현역 병력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병력은 줄이고 국방력은 증강하는 고효율 국방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인데,
징병제를 시행하되 짧게 의무복무만 마치고 전역하는 병사와, 전문 분야에서 여러 해 또는 장기복무를 원하는 병사를 구분해 징집하는 방식인 '징모혼합제'를 거치는
완전모병제 도입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 40만명, 2040년에 30만명으로 병력을 축소할 경우 징병된 병사 수는 각각 절반인 20만명과 15만명이 된다고 한다. 단골로 나오는 소재인 '여성징병제'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병역 분야 전문가인 국방대 이상목 교수는 이에 대해 "개혁에 미온적, 즉 무색무취로 보인다"며 "무인 로봇은 수단일 뿐 그것만으로 병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인력 감소에 따른 안보상 손해를 어떻게 상쇄해 나갈지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안을 찾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짧은 기간 내 교육훈련을 어떻게 내실화해 적은 병력이라도 강군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논의가 필요하다. 병역제도는 목표가 아니라 강군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며 "군사보안 문제로 자세히 언급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병역제도가 바뀌면서 전략과 전술 등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제도적 충격은 어떻게 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인수위 구성 뒤 구체적으로 정책을 만들면서는 다른 후보 공약을 참고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유기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전 장병, 최저임금 이상으로 봉급 인상"…큰 이견은 없는 복지 증진 공약
지난해 코로나19 격리자 등에 대한 부실급식이 큰 문제가 되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장병 복지와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지도 중요하게 봐야 할 포인트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취임 즉시 봉급 체계를 전면 조정해 전 장병 (봉급을) 모두 최저임금 이상으로 인상하겠다"며 "약 5조 1천억원 예산이 추가로 들 전망이다"고 밝혔었다.
이와 함께 "군 의식주를 개선하며 복무 경력 인정을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학점인정제를 모든 대학으로 확대하며, 현역병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현 6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하겠다"며 "군 복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질병 등에 대한 보상 확대를 위해 국가 책임의 군 생활 '안전보장보험' 가입을 적용하고, 민간주택 청약가점 5점 및 공공임대주택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또 "군인 수당을 현실화하며 지급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군인자녀 교육 여건을 보장하고 간부 숙소도 개선하겠다. 군필자가 민간주택 청약을 신청하면 가산점 5점을 부여하겠다"며 "본인이 원하는 입대시기를 최대한 보장하고 병 휴가산정 방법 개선, 병사 휴대전화 소지 시간과 주말 출타 확대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었다.
군 의료, 보훈 분야에 대해선 "군 전문병원을 육성하고 원격진료 확대와 민간병원 이용 등 수용자 중심의 의료체계로 개선하겠다"며 "한국전쟁, 월남전 등 국가유공자 수당을 현 34만원에서 68만원으로 2배 인상하고, 보훈대상자 상이등급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목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 최저임금 수준 급여 보장은 재원 문제로 인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징병제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문제이고, 사회적 인식 개선과 감사함이 뒷받침돼 줘야 하는데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그만한 생산성을 낼 수 있느냐는 문제와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선 인식 문제는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든 만큼, 전역한 장병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보수를 높게 지급하는 일이 먼저라는 반론도 나온다.
군 내 성평등은? 대체적으로 예방 강조, 일부 측면에선 퇴보
지난해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군 내 성평등 실현과 사법개혁 문제도 포인트다. 일부 퇴보한 측면도 있다.
일단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올해 7월부터는 군 내 성범죄와 군인 사망 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여기에 찬성한 바 있다.
그는 대체로 신고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뒀다. "예방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서 대책과 제도화 시스템을 만들고,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을 다양화하며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신상필벌을 강조했다.
그런데 윤 당선인 측은 군 내에서 여성 참여를 늘리는 현 추세에서 다소 퇴보한 움직임도 보였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포병이나 특수부대 등보다는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여군이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이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다'는 설명을 내놓았는데, 선진국들은 아직 숫자는 적지만 잠수함이나 특수부대 등 이른바 '금녀의 영역'으로 불리던 분야에도 여군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육군 75레인저연대 최초 여군 지휘관인 샤이나 코스 대위. 미 육군 제공
미군은 2016년부터 여군에 모든 전투병과를 개방했고 특수부대에서도 여군 지원자와 합격자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 육군 75레인저연대에선 몇 해 전 여군 장교인 샤이나 코스 대위가 선발 과정을 통과하고 현장 전투부대 지휘관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린베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미 육군 특수부대에서도 지난 2020년 여군 한 명이 자격 과정을 통과해 팀에 합류했다. 독일 육군 특수부대 KSK에서도 여군이 근무하고 있는데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상목 교수는 "향후 군 내 여성 비중은 올라가는 일이 불가피하다"면서 "현재는 병과 부사관, 부사관과 장교 사이 칸막이가 돼 있는데 향후에는 병으로 시작해서 부사관, 그리고 부사관이 장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직업군인으로서 여성이 병으로 복무하는 일을 허용하고, 그 대신 처음부터 하사로 임관하는 현 민간부사관 제도가 아니라 병으로 시작해서 부사관으로 진급하는 사병(士兵, enlisted) 임관 제도가 바람직하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부사관은 군대의 '허리'라는 특성상 대부분 국가들이 병으로 시작해 부사관으로 진급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처음부터 하사로 임관할 수 있어, 병과 부사관이 유리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