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황진환 기자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을 '비(非)과학적'이라 비판해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방역 체계가 바뀔지 주목된다. 윤 당선인은 다중시설 영업제한과 사적모임 제한으로 대표되는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이미 굵직한 규제는 대체로 풀린 만큼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대신 거리두기에 따른 손실보상을 누차 공언해온 만큼 소상공인 피해 대책에 좀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영업제한한다고 확진자 안 줄어"…코로나 방역·경제 다룰 기구 구성
서울 시내 한 음식점의 모습. 이한형 기자윤 당선인이 가장 날을 세워온 방역정책은 '영업제한'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8일 정부의 거리두기에 반발해 '24시간 영업'에 들어간 서울 종로구 횟집을 찾아 영업제한 철폐를 약속했다.
그는 "영업시간을 제한한다고 코로나 확진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영업제한과 집합 금지를 (지금까지) 얼마나 했나"라고 했다.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등을 통해 2~3주 단위로 거리두기를 결정해온 정부는 현재 식당·카페 등의 영업을 밤 11시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아직 유행 정점에 이르지 않은 점을 감안해 사적모임 인원은 6명으로 유지한 채 영업시간만 밤 9시에서 10시로, 지난 5일부터는 11시로 미세하게 늘려왔다.
이런 거리두기를 한꺼번에 확 풀자는 게 윤 당선인의 주장이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일정기간 '셧다운' 조치를 한 이후에는 시간제한 자체를 두지 않았다며 "우리나라같이 무조건 영업제한을 걸면서 (피해)보상도 안 해주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 없다. 비과학적 엉터리 방역정책으로 입은 피해는 반드시 보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선되면 긴급 재정자금 50조 원을 마련해 실질적인 손실 보상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추경으로 통과된 방역지원금 300만 원에 대해 "불충분한 금액"이라며 "대통령이 된다면 즉시 기존 정부안과 별개로 600만 원을 추가해 최대 1천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일상회복과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방역을 강조하는 기조는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도 담겼다. 그는 거리두기와 방역조치 관련 업종에 대한 피해규모 조사를 통해 집중적인 지원을 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제적 손실 보상과 이분들에 대한 긴급 구제를 포함해 방역과 확진자에 대한 치료문제에 대해 바로 인수위를 구성하면서 검토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에 코로나19 관련 방역·의료부터 경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조직을 별도로 만들 예정이다.
방역규제 이미 상당부분 풀려…"취임할 때면 야외 마스크 벗을 수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 기자인수위가 꾸려지면 영업제한을 전면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미 정부가 유행 통제를 위해 운용해온 거리두기를 상당부분 완화했고 방역패스도 중단했기 때문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 지금의 거리두기는 (규제를) 다 완화한 거나 마찬가지다. 마스크 착용 등을 빼고는 별로 남은 게 없다"며 "무언가를 더 완화한다 해도 법령이나 지침의 변경일 것이고, 실생활에서의 완화는 해외여행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를 큰 틀에서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는 정점을 지나게 되면 더 과감하게 완화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또 방역패스 중단이 '잠정적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유행을 지나 하강국면에서는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재개할 공산도 낮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이 아닌 새로운 변이가 나와서 대규모 환자 발생이 예상되는 유행 전 단계라면 충분히 조절해볼 수 있다"면서도 "(유행)꼬리가 점점 가늘어지고 길어지는 '테일링' 단계에서 방역패스는 큰 의미가 없다. (확진자)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윤 당성인이 취임하는 5월이 되면 방역 철폐가 거의 다 됐을 거다. 거리두기도 안 하고 야외에선 마스크를 벗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 되면 계절독감처럼 걸렸을 때 치료제를 복용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역 완화보다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 둘 듯…"제2의 코로나 대비 필요"
서울 시내 한 음식점의 모습. 이한형 기자대선후보 시절 주장했던 '방역 완화'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면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당장 추경 편성 권한이 없다면서도 "(윤 당선인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최소한 1천만 원씩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행정조치가 이뤄진 작년 초부터 소급 적용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입법 추진의지도 명확하게 설명드렸기 때문에 손실보상 제도에 대해서는 입장을 그대로 관철해 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결국 신종 감염병이 이렇게 주기적으로 우리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고, 그 출현 간격도 상당히 짧아지고 (유행은) 장기화되고 있다"며 "감염병 대응체계는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체계를 바꾸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의료기관 문제라든지 병실과 병원 구조·설비·인력 등이 다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며 "(다음 대통령이)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세우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9일 대선을 통해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공약집 중 일부. 국민의힘 제공 윤 당선인은 후보 당시 공약을 통해 "음압병실, 중환자실, 응급실 수가를 원가 보전해 평상시에 확보·운영하겠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의료인 중증외상센터·분만실·신생아실·노인성 질환 치료 시설에도 국민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립의료원 등 공공 의료기관을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고 긴급 임시병동 마련 △자가용을 포함한 코로나19 환자 이송체계 전면 개편 △실내 바이러스 저감장치와 환기설비 설치 및 운영 지원 △'코로나19 백신접종 부작용 국민신고센터' 설치·운영 및 피해구제기금 조성 등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여러 공약을 내놨지만, 거점별 공공병원 확보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확충해서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더 큰 감염병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