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와대 모습(왼쪽),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그동안 너무 복잡하고 시위도 많았다. 청와대 이전에 찬성한다."
"국방부가 오히려 더 폐쇄적이고 시민들이랑 단절되는 느낌이다."
'광화문 시대'를 공언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집무실 후보지로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 떠오르면서 해당 지역 주민과 기존 청와대 인근 종로구 효자동 주민들은 상반된 입장차를 보였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소식에 기존 청와대가 있던 종로구 효자동 주민들은 집회 및 시위로 인한 그간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반색했고, 유력 후보지인 국방부 청사 인근 주민들은 교통 체증 등을 우려하며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집무실의 위치보다도 '실질적 소통'이 먼저라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면서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효자동 주민들은 청와대 경호와 시위 문제 등으로 그동안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았다며 집무실 이전에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효자동 주민 A씨는 "이 동네는 복잡하고 시위도 너무 많다. 시위대가 동네 앞까지 와서 담배를 피우고 하니 근처 초등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시위가 많을 땐 정말 살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소음 때문에 마이크 볼륨을 낮춰달라고 민원을 넣기도 하는데 힘들다"며 "청와대 나간다는 게 빈말인지 아닌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경호 목적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등 개발 제한이 있었던만큼 주민들은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청와대 정문. 연합뉴스효자동에서 10년째 거주중인 박모(43)씨는 "곳곳에 경호 인력이 있다보니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에 안전하다고 마음이 놓인다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청와대 옆에 산다고 하면 다들 좋은데 산다고 하지만 동네가 되게 노후하다. 청와대 때문에 개발이 안됐다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주민 진모(80)씨는 "청와대 떠나면 더 낫겠다. 집무실 옮겨서 동네가 개발 됐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이 이동한다고 헬리콥터 뜨면 TV도 잘 안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전부터 집무실 옮긴다는 소리가 있지 않았느냐. 청와대가 옮겨야 여기가 좀 개발이 된다"고 답했다.
용산구 주민들도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난색을 표했다. 국방부 청사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창훈(27)씨는 "왜 굳이 이전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거기(청와대) 있건 여기 오건 어차피 (건물) 안에서 일하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마다 학교와 직장을 나가는데 개인적으로는 출퇴근할 때 지금도 항상 교통이 복잡한데 오면 더 심해진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반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모(67)씨는 "기왕 오기로 했으면 용산은 미군이라는 상징도 있으니 미국과 관계를 잘 가져갔으면 좋겠다"며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다. 와서 잘 하면 박수를 쳐줄테고 아니면 욕을 먹을 것이다. 5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 인근 상인들은 '상권 발달'의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방부 인근에서 40여년간 장사를 해온 60대 황모씨는 "대통령이 오면 우리 상인들 입장에서는 다 좋아한다"며 "옛날 육군본부 있을 때처럼 여기 상권이 24시간 풀가동되기 때문이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오면 시위도 많아진다는데 우리는 그것마저도 오히려 장사가 잘 될 것으로 본다"며 "어차피 국방부 앞에서 진보단체가 시위는 자주 해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집무실 이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시민들도 다수 보였다. 이들은 장소가 어디인가보다 실질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집무실 이전을 고려했다는 데 대해 박씨는 "시민과 공감을 하겠다는 잘 모르겠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다"며 "정말 공감을 하고 싶으면 선거 때만 전통시장을 갈 게 아니라 지하철도 타보고 택시도 타보고 신호도 기다려 보고 해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홍모(31)씨는 "집무실을 옮기는 것만으로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건지 의문"이라며 "실질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차라리 세종 같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더 이상 대통령이 꼭 서울에만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집무실 후보로 거론되는 국방부, 외교부, 정부서울청사. 연합뉴스
효자동에서 만난 등산객 최모(58)씨는 "집무실을 이전하면 또 번거롭게 일을 하게 되는 것인데 지금 그것이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일단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굉장히 지쳐있고 힘든 상황인데 일단 민생에 더 집중하면서 다독여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나와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폐쇄적인 모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모(63)씨는 "오히려 국방부 청사가 더 폐쇄적인 것 같다"며 "소통을 한다면서 굳이 그런 액션을 취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시민들이랑 더 단절되는 느낌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 당선인은 경호 문제와 출퇴근 시간 시민들의 불편, 교통 혼란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받아들여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둘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인근 집회와 교통 등을 관리하는 종로경찰서 내부에서는 집무실 이전으로 그동안 과중했던 경호상 업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정해지는 것은 없어서 신중히 보고 있다"며 "이전이 결정나는대로 착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