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산모 호흡을 확인하면서 전화를 돌렸어요. 병상이 없었거든요."
지난 13일 경기도 평택시 한 골목길로 119구급차가 요란하게 들어섰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기 때문.
평택소방서 비전센터 119구급대원들은 20분 만에 현장에 도착, 산모를 구급차로 옮겼다. 산모는 A(26)대원에게 '2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고 있다'고 했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인근에는 코로나 환자가 분만 가능한 병원이 없었다.
"저희가 갈 수 있는 병원 찾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산모의 집 앞에서 발이 묶인 구급차. 그 안에서 구급대원 3명은 각자 비상연락망을 꺼내 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중간중간 산모와 보호자에게 괜찮다는 말도 건넸다. 그러면서 산모의 호흡을 계속 확인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났을 무렵, 경남 창원의 한 대학병원이 섭외됐다. 그러나 경기도 평택에서 경남 창원까지는 300km 거리. 이날 전국에 비가 내리며 헬기 이동도 불가했다. 결국 구급차는 빗길을 뚫고 달렸다.
전국 분만 병상 230개…분만 거점병원도 운영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들이 병상을 구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출산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행 방역수칙에 따라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는 음압병실 등 분만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출산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전국 병원 30여 곳과 협의해 분만 병상 230여 개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영남, 호남에 각 1곳씩 확진 산모의 분만을 전담하는 거점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당 분만 병상 2개 이하 다수…의료 인력도 부족
코로나 확진 산모 분만실. 연합뉴스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병상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분만 병상을 갖췄더라도 병원당 2개 이하인 곳이 많기 때문. 경기도내 대학병원 3곳도 가동할 수 있는 분만 병상은 각각 2개 이하로 파악됐다.
병원 입장에서도 분만 병상을 늘리기 쉽지 않다. 음압시설을 갖춘 분만 병상을 만드는 데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데,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고민이 있기 때문.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형 대학병원이더라도 음압 병상이 넉넉한 곳이 없을 텐데, 규모가 더 작은 곳은 몇 개나 있겠나"라며 "병원 입장에서는 코로나만 아니면 음압 분만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병상을 가동할 의료 인력 등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병원은 분만 병상 30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 부족 등으로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병상은 10개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방 관계자는 "급하게 산모를 싣고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침대는 있지만 의료진이 없어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상 확보도 중요하지만 실제 가동할 수 있는 의료진 확보도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상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한 병원에 갑자기 임신부들이 몰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타지역으로 이동해 출산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음압 병상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수술실에서도 분만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했고 보상안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확진 산모 늘어날 것…코로나 계기로 분만 거점병원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각 지역에 분만 거점병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임신부가 출산 부작용을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 때문에 확진 산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코로나를 계기로 각 지역에 1~2개씩 분만시설을 갖춘 거점병원을 만들어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고, 다음 감염병 사태 때도 대응할 수 있다"며 "현재 폐쇄된 병원을 이용한다면 임시로 분만 병원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긴급한 산모들은 119를 통해 이송하는 경우가 많은데, 119에서 실시간으로 빈 병상을 찾을 수 있는 이송체계 마련도 시급하다"며 "코로나에 확진되는 산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감염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