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발치서 발 동동 구르며 환호한 지지자 수천 명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해 대구 달성군에 마련한 사저에 입주했다. 류연정 기자24일 낮 12시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 도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은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닿고자 사저 앞으로 몰려들었다.
귀향 환영 인파는 경찰이 안전상의 이유로 설치해 둔 펜스 앞에 더 가까이 붙어 서느라 자기들끼리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윽고 박 전 대통령이 향후 거주할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에 도착했다.
사저로부터 약 300m 떨어진 쌍계오거리에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나타나자 지지자와 보수단체 회원 등 3천여 명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렀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도 다수였다.
소주병 투척 소동에도 큰 동요 없이 발언…달성군 향한 애정 강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 한 초등학생으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박종민 기자박 전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에게 줄 꽃다발을 든 초등학생을 안았다. 마스크에 감춰졌지만 눈웃음이 선명했다. 이른 아침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해 장시간 이동했지만 피곤하거나 지친 기색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꽃다발을 건네받은 뒤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이야기를 나눴고 곧바로 사저 앞에 마련된 마이크 앞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약 6분간 발언대에 섰다. 중간에 한 남성이 소주병을 투척해 상황을 정리한 시간을 빼면 약 4분간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오전 삼성병원 앞에서 발언했을 때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달성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소주병 투척 소동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상황이 정리되자 발언을 이어 나갔다.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24년 전인 1998년 낯선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다"
발언 내용은 대부분 달성에 대한 애정과 감사에 대한 표현이었다.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짧게나마 자신의 과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간접적 정치 활동 재개 암시…유영하 정치 입문?
연합뉴스정치적인 메시지는 짧고 굵게 남겼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 이 말은 박 전 대통령과 정치적인 방향을 같이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지 발언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을 지척에서 수행한 유영하 변호사를 가리키는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발언을 마치고 사저로 들어간 뒤 기자들과 만나 추가 질의응답을 나눴고, 이후 직접 사저에 들어가는 등 박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물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다만 그는 향후 정치 활동을 시사하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저도 지금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말씀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나중에 여쭤보겠다. 거기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확인하고 만약 언론에 알려드릴 수 있으면 그때 알려드리겠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저희 대통령(박 전 대통령)을 방문한다는 그런 얘기는 언론을 통해 접하긴 했지만 저희가 직접적으로 연락받은 적은 없다. 만약 연락이 오고 대통령(박 전 대통령)께서 결정하시면 그때 언론에 연락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환영인파 약 3천 명이 집결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인 중에는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문오 달성군수,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자리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발언 중 소주병을 투척한 40대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남성을 특수상해 미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보복 차원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 소동으로 인한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