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계량기. 연합뉴스국제유가 등 세계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2분기부터 한전의 전기요금에 해당 비용이 반영될지 관심이 주목됐지만 정부는 '동결'을 택했다. 올해 한전의 적자가 2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적자 타개의 해법이 전기요금 상향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29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도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 등을 우려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0원으로 적용해왔는데, 2분기에도 이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요금은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벙커씨유(BC유) 등의 가격 변화를 전기 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부분이다. 직전 1년간의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에 직전 3개월의 평균 연료비인 '실적연료비'를 가감해 분기마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정하게 된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이 산출한 올 2분기 실적연료비는 기준연료비(46.6원/kWh) 대비 72.6% 상승한 80.5원을 기록했다. 실제 연료가격 상승이 전기요금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kWh당 33.8원이 오르는데, 이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만원가량 전기요금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
단, 법으로 정한 분기별 조정 상한이 ±3원이기 때문에 한전은 kWh당 3원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후 6번의 조정단가 산출 과정에서 정부는 4차례 유보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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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전소의 한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도는 한전의 수익성 확보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수요 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는 데 도입 후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스나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사용을 줄이는 것처럼 가격신호를 통해 소비자들이 전기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 상승을 고스란히 한전이 떠안게 되면서 한전의 올해 적자는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처럼 제한적인 연료비 연동제만으로는 고질적인 전력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워낙 큰 부분이긴 하지만 다른 자구노력도 하고 있다"며 "연료 구입비를 제외한 다른 비용(전력공급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송배전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등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차기 정부에서 한전이 독점한 전력시장 체제를 개편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전기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전기 판매자들이 시장에 들어와 전력시장이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눈앞의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계속 하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탄소중립의 사회적 비용 등을 미루기만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