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정권 교체기를 맞은 국내에선 청와대 이전 문제 등을 놓고 또 다른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세계 질서의 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의 5차 협상 결과에 기대가 모아지긴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자원‧에너지 공급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취약성은 더욱 불거질 게 뻔하다.
북한은 4년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한데 이어 핵실험 동향까지 보이면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음달에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 중하순 한미연합군사훈련, 25일 항일유격대 창설 90주년 등을 계기로 긴장이 극대화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北 미사일 도발로 정세 불안…안정적 관리능력 절실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윗 사진)와 청와대. 연합뉴스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둔 정권 교체기에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정세 관리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윤 당선인의 1호 공약처럼 돼버린 청와대 이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가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합참까지 동시에, 그것도 비현실적으로 짧은 시일 내에 옮겨야 한다는 점에서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있다. 실제 소요될 막대한 재원은 둘째 치고 과도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은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지난 28일 만찬회동 이후 신구 권력 간 갈등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세부적 측면에선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이튿날 국무회의에서 관련 예비비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가운데 다음 주 국무회의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9일 CBS에 출연해 "안보 우려를 극복할 방안이 나온다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중차대한 안보가 걸린 사안인 만큼 '인수위와의 협조'보다는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에선 관련 예산 편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와 국회 동의 절차도 거론하고 있다. 결국 윤 당선인은 취임 이후에도 당분간 통의동 '임시 집무실'에서 집무해야 할 공산이 크다.
靑 이전 따른 안보공백 우려 여전…외교, 산업부는 통상업무 쟁탈전
불 밝혀진 청와대-인수위-국방부. 연합뉴스통상 업무 이관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줄다리기도 예상 밖의 불안 요인이 됐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권 교체기마다 겪는 일이지만 공교롭게도 경제안보 이슈가 급부상한 가운데 불거졌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와 지난해 요소수 사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 제재 등에서 보듯 경제와 산업은 더 이상 안보와 분리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미국은 당장 반중 경제안보 동맹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부와 외교부 간의 통상 업무 수성전이 이전투구 양상이라는 점이다. 산업부가 부처 인맥을 통해 여론전을 펴자 외교부는 언론을 통해 직접적인 반박을 가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감정싸움을 불사하는 점입가경을 빚기도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9일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을 자청해 "어느 쪽에서는 왜 계속 (통상을) 등한시하다 조직개편 이야기만 나오면 갑자기 옥동자로 대접하는지…(후략)"라며 산업부를 겨냥했다.
외교부는 또, 이례적으로 늦은 시간인 이날 밤 11시쯤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문제의 기사 제목은 '미국, 韓 정부에 '외교통상부' 출범 반대의사 전달했다'였다.
외교부는 "우리 국익과 국격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소위 타국 정부 '입장'으로 왜곡해 국내 정부조직 개편 관련 논리로 활용하려는 국내 부처의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직설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日 교과서 파문에 尹 당선인 뒤통수…젤렌스키 통화는 미묘한 파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이런 사정들로 인해 정부 안팎에선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관리에 대해 벌써부터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때마침 불거진 일본의 역사 왜곡‧독도 영유권 주장 교과서 파문은 그나마 기대했던 한일관계 개선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윤 당선인이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의 예방을 받은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다.
윤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종전 후 이른 시일 내 만나자고 한 것을 놓고도 평가가 썩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입지가 약화되긴 했지만 주변 4강으로서의 현실적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현 시점에) 대러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에 접근할 이유가 있는지 인수위에 묻고 싶다"며 보다 냉철한 판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