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군 도곡면에서 1만 4천㎡ 규모의 파프리카 비닐하우스 농장을 운영하는 정흥기(44)씨가 지난 1일 자신의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조시영 기자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농민들이 사용하는 연료비도 크게 올라 본격 영농철을 앞두고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서 1만 4천여㎡ 규모의 파프리카 비닐하우스 농장을 운영하는 정흥기(44)씨.
사시사철 섭씨 20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파프리카 농사의 특성상 봄철에도 난방기를 가동해야 하는 정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농업용 면세유 등 연료비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마지막주 면세유 실내등유 가격은 1ℓ당 1217원으로 지난 2021년 같은 기간의 가격인 729원과 비교해 66% 정도 인상됐다.
정씨는 "기름값이 엄청 올라 비닐하우스 농가들은 연료비 부담이 많이 가는 상황이다"면서 "난방비 걱정은 보통 겨울철에만 했었는데, 기름값이 많이 오르다보니 올해는 봄철에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정씨는 이어 "봄철인 요즘 파프리카를 출하해도 난방비와 인건비로 끝나고 농가소득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토로했다.
쌀 농가들도 영농철인 이번 달부터 모내기가 본격 시작되는 다음달 중순까지 농기계 사용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시기다. 그만큼 기름값 상승은 전체 농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쌀 전업농 전라남도연합회 김무상 사무처장은 "농사를 짓는 면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농기계를 사용하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기름이 많이 든다"면서 "기름값은 물론 비료값과 농약 등 전반적으로 비용이 올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영농철 준비로 분주해지고 있는 요즘 농촌 마을 곳곳에서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요소수 대란에서 이어진 비료 가격 급등과 인력난 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특히 올들어 치솟고 있는 연료비 부담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라남도는 우선 농기계 사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농기계 면세유 사용 농가인 16만명에게 98억원의 예산을 들여 유류비 인상액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