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희철 감독. KBL 제공"가장 큰 팩트는 소통이었습니다."
초보 사령탑을 정상으로 이끈 것은 운이 아니었다.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소통의 힘이었다. 기존 감독과 선수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 예전부터 꿈꿨던 농구를 감독으로서 펼쳐보였다.
SK 전희철 감독은 6일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감독대행 없이 시작한 사령탑의 첫 데뷔 시즌 정규리그 1위, 그리고 감독상 수상이다.
전희철 감독은 "SK에서 운영팀장을 1년 정도 할 때 SK 회사원이 받는 교육을 들었다. 교육 내용 중 구성원이라는 단어를 선수, 감독으로 바꾸면 그대로 적용됐다"면서 "가장 큰 팩트는 소통이었다. 수직관계를 탈피하고 싶었다. 훈련 때는 지시하는 위치이고, 따라오게 하는 수직관계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 이후에도 수직을 유지하면 소통이 안 된다. 코치일 때는 강하게 해서 선수들이 다가오는 것이 미흡했다. 감독이 되고 바꿔보려 했다. 선수들과 따로 이야기도 했다. 100점 만점에 70~80점 정도는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SK의 전력은 6강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자밀 워니와 재계약했고, 최준용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런 SK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것도 소통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워니와 재계약을 할 때 부모님께서도 하지말라고 했다. 아는 사람이 10명이면 11명이 하지말라고 했다. 왜 재계약을 하냐, 새로운 시도를 하라고 했다. 워니 능력이 과연 왜 안 됐을까 생각을 했다. SK가 탄탄한 전력을 가져간 첫 번째 이유는 워니와 재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준용도 노력을 높게 산다. 십자인대는 큰 부상인데 이렇게 몸을 만드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없으면 안 된다. 그 자체로도 인정해줘야 한다. 아직까지 괴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돌출행동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 모든 면에서 성장했고, 그럼녀서 MVP 자리에 올라간 것 같다. 워니와 최준용은 노력의 대가를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희철 감독은 "운"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선수들의 믿음, 또 구단의 지원이 어우러졌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문경은 전 감독의 조언도 있었다.
전희철 감독은 "시즌 전에 집이 너무 가까워서 술도 한 잔 했다. 전략, 전술보다는 감독으로서 힘들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10년을 같이 해서 잘 알고 있었다"면서 "처음 감독을 하고 머리가 아플 때 조언을 구했다.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하라고 했다. 문경은 감독님께서 나를 잘 안다. 내가 워낙 강성이라 고집을 부리고 밀어붙일 수 있으니 주변 조언을 구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감독상을 수상했고, 최준용은 MVP를 거머쥐었다. 워니 역시 외국 선수 MVP를 받았다. 시상식은 SK 잔치가 됐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김선형과 안영준 때문이다.
전희철 감독은 "김선형도 MVP 후보였는데 5라운드 부상으로 밀렸다. 베스트 5에도 선발이 안 됐다. 시상식에 김선형과 안영준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면서 "MVP 집안 싸움 이야기도 나왔는데 한쪽 구석 마음이 허전하다. 늘 아끼는 선수들이다. 안영준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 받는 것은 욕심이 과하다. 어쨌든 아쉽다"고 선수들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