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조해진 의원. 연합뉴스오는 5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성동(4선‧강원강릉) 의원과 조해진(3선‧경남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격돌한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맏형 격인 권 의원이 유리한 구도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당내 의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이동할지 주목된다.
김기현 원내대표의 조기 사퇴로 오는 8일 열리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은 우여곡절 끝에 권 의원과 조 의원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 지난해 이어 올해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하면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렸던 김태흠 의원은 지난 5일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충남지사 출마로 선회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와 당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하며 원내 수장 자리를 노렸던 김도읍 의원은 막판 고심 끝에 출마를 포기했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을 코앞에 두고 원내대표 경선이 열리는 만큼 원내에선 윤심(尹心)을 업은 권 의원이 유리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원내대표를 노렸던 다른 후보군들이 일찌감치 출마를 접은 것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임기 초반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 자체가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과 측근이 아닌 인사 간 양자 대결로 수렴되면서 원내 표심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고조됐다.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라는 타이틀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견제 심리가 일고 있다는 점을 감지한 권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자신은 수시로 윤 당선인에게 '쓴소리'를 했던 측근이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지난 5일 출마 선언에서 "윤 당선인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할 말은 하는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며
수직적 당청관계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권성동이다.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윤핵관 대세론에 맞서야 하는 조 의원은 당청 관계의 '견제와 균형' 필요성을 전면에 꺼내 들었다. 조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힘이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고장난 녹음기처럼 지루하게 들어온 논리"라며 "
오히려 집권당의 종속화와 무력화를 통해 야당으로부터 청와대의 출장소라는 비판을 자초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 의원은 박근혜 정권의 탄핵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문고리 3인방', '십상시' 등을 언급하며 윤핵관의 핵심 인사인 권 의원을 정면 겨냥했다.
원내에선 윤 당선인의 의중이 실린 권 의원이 승리하지 않겠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일각에선 윤핵관들이 청와대와 행정부에 이어 당까지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
대선에서 이겼지만 곧바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일단은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시작을 위해서 당선인 쪽에 힘을 몰아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많이 한다"며 "새 원내대표가 코로나 2차 추경 협상에, 내각 인사청문회 등 윤 당선인과 보조를 맞춰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사진기자단윤 당선인이 사실상 청와대와 행정부 내각 구성권을 독점하고 있는 마당에 원내까지 장악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있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1년 간 원내대표 탈환을 준비했다던 김태흠 의원마저 윤 당선인이 움직여서 측근을 원내대표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라 개별 헌법기관인데 너무 쉽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권 의원의 득표율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0명 중 80~90명 이상 의원들이 권 의원에게 표를 몰아줘야 압도적 승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만일 조 의원이 이기거나 박빙 승부가 벌어질 경우엔 권 의원은 물론 윤 당선인에게도 타격이 예상된다.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봤듯이 윤 당선인이 웬만해선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는 편"이라며 "임기 초반인 이번엔 노골적으로 권 의원에게 힘을 실은 만큼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