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인선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장관으로 내정한다는 인사 발표가 보도된 직후, 1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아' 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 인사에 인수위도 술렁였다.
인수위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라 전체 분위기가 들썩였다"며 "당선인의 '묘수(妙手)'라고 생각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 박진 의원, 통일부 장관에 권영세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영 의원을 지명했다.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정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장관' 발표는 다른 모든 인사 발표를 뒤덮을 정도로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중량감 있는 인사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한동훈 후보자의 파격 발탁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먼저 윤 당선인이 한동훈 후보자를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기용하려고 했지만,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당론으로 정하고 밀어붙이자 이에 맞서 한 후보자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한 단계 승격시켜 발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은 한동훈 후보자의 쓰임새를 여러가지로 고려한 거 같다"며 "한 후보자를 검찰 수사 일선에서 빼내 불필요한 '보복수사' 프레임을 벗어나면서, 그동안 지지층들에게 호소했던 공정과 상식을 보여주는 의미로 한 후보자를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법무부 장관을 잘 임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그러나 윤 당선인을 잘 아는 측근들은 한 후보자 발탁은 '당선인의 오래된 생각'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한 뒤 외부일정을 위해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당선인의 한 측근은 "당선인은 추미애, 박범계 장관이 인사로 검찰을 망가뜨리는 것을 보며 평소에도 '법무부 장관을 잘 임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다. 법무 검찰 조직을 통솔하는 법무부 장관 만큼은 당선인이 오래 전부터 눈 여겨 봤던 가장 능력 있고 '잘 아는' 한동훈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당선인의 다른 측근도 "최근 상황과 무관하게 당선인의 본래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선인 스스로가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다른 고려 없이 능력을 최우선시해 기용한 것 같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따로 추천하고 의견을 나누지는 않아"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당선인이 알아서 정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따로 후보자를 추천하고 의견을 나누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도 '검수완박 대응 차원이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수완박과는)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관 후보자 인선 발표를 할 때도 한 후보자를 소개하며 "법무 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라고 강조하면서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정비해나가는 데 적임자"라고 인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지지층은 환영할 만한 인사이지만 중도층은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선인 자신처럼 정권에 맞서다가 핍박 받은 사람을 중용한 것인데, 한 후보자를 기용한 것이 민주당에 대한 보복의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벌써 민주당은 '검수완박' 대 한동훈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정국이 걱정된다"고 전망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외에도 이번 인사를 보면 당선인이 잘 아는 신뢰할 만한 인물들로 채워져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인은 대통령실 중심이 아닌 내각의 국무위원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국가 운영의 핵심축인 장관 후보자는 당선인이 철저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 당선인이 직접 가까이 지켜 보고 검증한 사람들이거나 당선인이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추천받은 인사를 기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당선인의 충암고ㆍ서울 법대 후배인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기용됐다. 이 후보자는 인수위에서 인사 추천을 담당해 왔고,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역시 윤 당선인의 오래된 측근이다. 당선인이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사법시험 준비도 같이 했다. 권 후보자는 "제가 중진 의원이고 우리 당의 국회 의석수가 굉장히 열세인 상황에서, 새 정부의 정상적이고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당에 있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당선인은 저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당선인 뜻을 따르게 됐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인영 의원을 통일부장관으로 인선한 전례가 있다. 당선인의 최측근 중진인 권영세 의원을 첫 통일부 장관으로 중용한 것은 임기 초 남북관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당선인의 남북관계 개선, 더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그러나 '측근 기용'에 대한 비판도 있다. 특히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을 위해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정치인 출신을 배제한다"는 인사 원칙에도 불구하고 당선인의 최측근을 기용한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동훈 후보자는 이미 정치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인데, 당선인의 최측근을 주요 보직에 기용해 민주당과 갈등이 커지고 대립하게 되면 곧 있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측근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정치적 책임은 당선인에게 돌아갈 텐데 위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