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년여 전 시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부터 사적모임과 행사·집회 인원 제한이 모두 풀리고 식당·카페·술집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졌다. 단, 마스크는 현행대로 착용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것은 지난 757일, 약 2년 1개월 만이다. 황진환 기자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 2년여 만에 완전히 풀리면서
이동·모임이 증가하는 가운데 감염 시 중증 위험이 높은 고령층에 대한 보호대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오미크론 우세종화 이후 고위험군의 신속한 진단·치료에 초점을 맞춘 '패스트트랙'을 계속 견지해왔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방역 해제 이후 고령층의 건강 피해를 줄일 보완책이 딱히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60세 이상의 4차접종이 시작됐다곤 하나,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중증화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현장에서는 '팍스로비드' 등 먹는치료제의 보급·처방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치명률 수십 배에 이르는 70·80대…"대량살포 개념 가져야"
2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 834명의 87.89%(733명)는 60세 이상 확진자다. 이 중 80세 이상은 전체 4할이 넘는 압도적인 비중(40.29%·336명)을 차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만 2년 3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큰 집단은 명확하다.
누적 사망자 2만 1354명 중 절반이 넘는 환자(58.78%·1만 2551명)가 80대였고, 70대(23.28%·4972명)와 60대(11.85%·2531명)가 그 뒤를 이었다.
현재 코로나19의 누적 치명률은 0.13%로 0.05~0.1%인 계절독감(인플루엔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고령층에겐 '딴 세상'의 얘기다.
이달 9일 기준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2.65%, 70대는 0.65%에 달한다. 그나마 60대(0.15%)가 평균 치명률과 엇비슷한 정도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격차는 확연하다.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50대(0.04%)보다 66배가 높고, 70대는 16배·60대는 3.7배가 더 높다.
방역당국은 이들의 중증·사망 최소화가 변함없는 최우선 목표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체 대비 확진비중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방대본에 따르면, 신규환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은 지난달 넷째 주 18.4%→다섯째 주 19.2%→이달 첫 주 20.1%→둘째 주 21%로 상승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앞서 당국은 치명률이 0.1% 밑으로 좀처럼 안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이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 방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전날
"코로나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가 아니다. 그보다 독성이 강한 것이 맞고 전파력은 훨씬 더 높다"며 "고유의 특성에 의해서 치명률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 번의 예방접종을 통해 유지하고 있는 치명률이 0.13%"라며 "인플루엔자가 1년에 한 번 정도 백신을 맞는 것에 비해 여러 가지 방역적인 노력과 접종으로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감소세가 주로 젊은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령층의 치명률이 '너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치명률을 당연히 절반 수준으로 훨씬 더 낮춰야 한다. 70~80대 사망률이 지금도 너무 높다"며 "거리두기를 푼다고 바이러스 유행이 매듭지어지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는 방역 상 허점을 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전체 확진자가 충분히 줄어야 고위험군의 위험도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아직도 '세계 탑 10위'에 들 정도로 환자 수가 많은 데다 활동량이 많은 젊은층으로 인해 고령층이 추가감염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방역을 다시 조일 가능성은 희박하단 점을 볼 때 결국 방법은 '치료제 투여'를 더 효율화시키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투여율이라 해야 할까, 치료제를 투여하는 빈도가 너무 낮다. 항바이러스제를 더 많이 써야 사망자가 줄 수 있다"며
"60대 이상 고위험군, 70~80대 같은 경우에는 처방을 아끼면 안 된다. '대량 살포'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따로, 처방 따로' 여전…"원스톱 다듬고 처방대상 확대해야"
의료현장에서는 검사와 처방이 이원화돼있는 경우가 많은 점이 '구멍'으로 지적된다.
여전히 고위험군을 '원스톱'으로 관리하는 게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소 선별진료소의 PCR(유전자 증폭) 검사는 고위험군에 한정돼 있고, 동네 병·의원에서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오면 고령층을 곧바로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으로 배정해 처방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고돼 있다. 이한형 기자그런데
팍스로비드가 공급되고 있는 보건소에서는 신속항원검사가 일괄 중단됐고, 처방권한이 있는 호흡기클리닉 등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해 처방을 꺼리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제한적으로 처방이 허용된 대학병원 등은 팍스로비드의 기전을 잘 아는 전문의들이 많지만, 신속항원검사가 막혀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최근 접한 60세 이상 지인의 사례를 들어 "주말에 자가검사키트 양성이 나왔다고 하시길래 팍스로비드가 있는 보건소에서 진단 받으라 했는데 RAT(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됐잖나"라며 "그럼 집 근처 병원을 찾아가보시라 했는데 이튿날 아침에 또 연락이 왔다. 타이레놀만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해당 환자가 팍스로비드 처방대상에 해당되는 점을 고려해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병원 내원을 권유했지만, 당시 신속항원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또다시 동네 병원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위험군) 검사-진단-처방을 원스톱으로 한다고 정부가 말은 했지만, 있는 팍스로비드도 못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동네 의원의 전공을 불문하고 다 처방을 시키다 보니 의사들이 겁이 나서 처방을 잘 안 한다. 정부가
교육을 시키든, 내과 등 약에 익숙한 병·의원을 구(區)마다 정해놓든 추가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고령층에 대해선 증상 여부를 세세히 따지기보다 과감히 선제 투약을 실시하고, 팍스로비드의 대상군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 교수는 "예를 들어 '요양원에서 환자가 몇 명 나왔다,
아웃브레이크(outbreak·대유행)가 생길 것 같다'고 하면 그 안의 입소자들은 치료제를 다 먹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정도의 투여전략이 아닌 이상 지금으로선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낮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감염이 확인된 70~80대는 경증이라 해서 약을 못 받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팍스로비드 연령대를 '18세 이상'으로 낮췄으면 한다. 원래 식약처 허가기준도 12세 이상이니 기저질환자에 대해서는 다 풀어야 한다"며 "약을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는 전날 "(먹는치료제) 투약대상을 현재 60세 이상·면역저하자·40~50대 기저질환자에서
'12세 이상 기저질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대본은 "소아들에 대한 치료제 처방은 지금 임상시험 중에 있고 자료 검토 중"이라며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해외에선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거라 보여진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도입된 팍스로비드는 총 72만 6천 명분으로 지난 17일 기준 총 21만 명분이 쓰여 재고량은 51만 6천 명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