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윤석열 대통령의 장관 인선이 야당의 반대에도 강행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른바 '검수완박' 사태 이후 또다시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국민의힘은 극도로 경색된 정국에서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여야는 지난 9일 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격론을 벌이다 일시 파행을 맞기는 등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 후보자가 관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 수사, 한 후보자의 이른바 '검수완박' '야반도주' 언급 적절성 등을 두고 격한 설전이 오갔지만 결국 관건은 한 후보자가 지닌 정치적 상징성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윤석열 당선자가 민심을 알았다면 한 후보자를 지명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한 후보자는 한쪽의 정의, 분열과 적대의 정치에 위치해 있었다. 법무부 장관은 갈라진 민심을 통합할 다리로 세워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후보자의 장관 임명 강행이 현재 진행형인 여야 대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을 '6불(不)' 인사로 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사진기자단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장관 인사를 관철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현재 여야가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의 임명을 우선 제청하면 추 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으로서 다른 장관을 제청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문제는 정치적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34명에 달한다"고 반박하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이에 반발해 갈등 정국이 장기화한다면 국회, 나아가 국회의 협의가 필요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내각 후보자들의 도덕성 면면과 비교하면 명분이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세세한 비교를 떠나 국민이 거부감을 갖는 현실이 국정 지지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권의 '34명' 비교 역시 이에 반발해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당도 좀 더 엄격한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도 "장관 후보자 중에서도 한 후보자는 일부 핵심 관계자만 알 정도로 깜짝 인사였다"며 "당내에서는 여야 갈등과 같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청문 절차나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청와대 내 자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향후 정국 분위기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가 여소야대 현실에 치이고 밀리는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명권을 존중하면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흠결을 검증하는 게 국회의 몫인데, 언제까지 민주당의 눈치만 보고 있을 순 없다"며 "민주당 정권에서 총리직을 지낸 한덕수 후보자에 반대한 민주당부터가 통합의 메시지를 버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