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여야 지도부 등 내빈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와 헌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의원 전원이 참석한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 13기 추도식에는 지도부가 총출동해 '노무현 정신'을 기렸다. 민주당 유산으로 여겨지거나 국민의힘에 불리한 정치 이벤트까지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통해, 야권의 지지층 결집을 저지하고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23일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대통령의 13주기를 추도했다. 과거 주호영,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추도식을 찾은 적은 있지만, 당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동시에 봉하마을을 찾은 경우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진복 정무수석, 김대기 비서실장 등 정부 수뇌부가 대거 참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준석 대표는 권양숙 여사와 차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더 많은 인원들이 노무현 대통령님을 기념하는 자리에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앞으로 협치의 틀에도 노 전 대통령을 모시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이 대표는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구에 들어서던 중 추도객들에 둘러싸여 거센 항의와 야유를 듣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를 마친 뒤 추도식장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의 봉하마을 집결은 지난 18일 광주 총출동에 이은 통합 행보의 일환이다. 의원 전원이 광주에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던 국민의힘은 이날도 "노 전 대통령님의 용기를 가슴에 되새기겠다"며 통합 메시지를 발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추도식에 참석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를 떠나 선배 정치인의 공은 계승해야 한다. 권위주의 대신 소탈함을, 지역주의를 넘어 국민통합을, 당파를 초월하여 국익을 추구했던 노 전 대통령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은 이번 추도식을 지지층 결집 기회로 기대하지만, 국민의힘은 이같은 효과를 최대한 희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23일 봉하마을 추도식이 지나고 나면 맹렬한 추격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날을 핵심 지지층의 결집의 분수령으로 벼르고 있었지만, 여권의 대대적인 봉하마을 참석으로 이슈가 분산된 모양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은 지방선거 전 유일하게 민주당 쪽에 유리한 이벤트겠지만, 대통령실에 국민의힘까지 출동하면서 원했던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운데)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를 마친 뒤 추도식장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달아 진행되고 있는 굵직한 정치 이벤트들을 모두 유리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자체 평가다. 전날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은 안보 이슈에 민감한 보수층 결집을 불러올 수 있는 호재였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이벤트였지만,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이슈를 선점하며 야권 지지층 결집을 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통합 메시지와 행보를 통해 중원을 계속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도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을 만큼 노무현 정신은 민주당만의 것이 아닌 보편적인 가치"라며 "서민을 위한 정치나 국민과의 소통처럼 국민의힘에서도 노무현 정신을 잇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국민의힘에서 이렇게 통합 행보를 보이는 게 국민들 보시기에 얼마나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겠냐"며 "지방선거과 상관없이 윤석열 정부와 우리 당은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며 진정성 느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