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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말하곤 '탕'…경찰은 1시간 20분만에 총격범 제압했다



국제일반

    '굿나잇' 말하곤 '탕'…경찰은 1시간 20분만에 총격범 제압했다

    • 2022-05-30 16:33

    총격범, 영상통화로 獨소녀에 "사랑한다"…몇 분 뒤 "할머니 쐈다"
    경찰, 인질대치로 오인해 교실진입 안해…진입 재촉 학부모와 실랑이도


    연합뉴스연합뉴스
    "굿 나잇"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는 교실에 침입해 한 여교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전 이같이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 방송과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 당국의 공식 발표와 부모·증인·경찰관과의 인터뷰, 911 신고 전화, 공개된 동영상,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총격 참사 사건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보도했다.

    라모스는 총격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인 23일 최근 친구가 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15살 소녀에게 페이스타임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곤 신체 조직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총알 한 상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소녀가 왜 그런 걸 샀느냐고 묻자 라모스는 "기다려 봐"라고 했다.

    라모스는 사건 당일인 24일에는 오전 11시께 다시 이 소녀에게 전화해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 통화 직후 라모스는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기 전화기와 관련해 할머니가 통신사 AT&T에 연락한 데 대해 항의했다면서 "짜증난다"고 말했다.

    이어 11시 6분에 섬뜩한 메시지를 보냈다. "방금 할머니의 머리를 총으로 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11시 21분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라모스는 "초등학교에 가서 총을 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라모스의 집에서 채 1마일(약 1.6㎞)도 떨어져 있지 않은 롭 초등학교에서는 종업식을 이틀 앞두고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 등에게 시상식을 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가족과 사진을 찍은 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릴로와 스티치'를 보고 있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라모스는 픽업트럭을 몰고 롭 초등학교 근처로 온 뒤 인근 배수로에 차를 처박았다. 오전 11시 28분께였다. 그는 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던 장례식장 바깥의 두 사람에게 총을 쐈다. 다행히 이들은 총에 맞지 않았다.

    이 무렵 총에 맞은 라모스의 할머니는 가까스로 911에 신고를 했고 이후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다. 할머니는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1시 33분 라모스는 열려 있던 뒷문으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학교로 들어섰다.

    불과 6분 전 한 교사가 물건으로 받쳐 열어둔 문이었다. 그는 학교 복도를 거쳐 나란히 붙어 있는 111호 교실과 112호 교실로 들어가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총격범이 교내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교사 중 한 명이 문을 잠그려 했지만 라모스는 총으로 교실 문의 유리창을 박살 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온 라모스는 "굿 나잇"이라고 말하며 이 교사를 총으로 쐈다. 그런 다음 다른 교사와 학생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불과 몇 분 만에 모두 100발이 넘는 총성이 롭 초등학교의 복도에서 울려 퍼졌다.

    총격이 시작된 뒤 2~6분 뒤 경찰관 7명이 학교에 도착했다. 이 중 3명이 라모스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잠가놓은 교실로 접근했다. 그러나 2명은 라모스가 문을 관통해 쏘아댄 총에 맞아 찰과상을 입었다.

    생존자인 이 학교 학생 미아 서릴로(11)는 총격범이 옆 교실로 간 뒤 비명 소리와 총성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미아는 총격범이 "마치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슬픈 노래를 틀었다"고 말했다.

    미아는 총격범이 자신에게 되돌아올까 봐 무서워서 죽은 친구들의 피를 자기 몸에 바르고는 죽은 척했다고 회고했다. 또 죽은 선생님의 전화기를 이용해 911에 신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학생들이 911에 신고 전화를 할 무렵인 낮 12시 3분께 이 학교 복도에는 19명의 경찰관이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진입하는 대신 교실 열쇠와 전술장비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낮 12시 16분께 이미 몇 차례 911에 전화한 한 소녀가 상담원에게 8~9명 정도의 친구가 같은 교실에 살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교실 진입을 미적거리며 대치가 계속되는 동안 일부 경찰관들은 다른 교실에 있는 학생과 교사들을 창문으로 탈출시켰다. 구내식당으로 대피했던 학생들도 탈출했다.

    그러나 총성을 듣고 학교로 달려온 부모들은 경찰의 미온적 대응에 불만을 터뜨리며 경찰과 학부모 간 긴장도 고조됐다.

    부모들은 자신을 제지하는 경찰관들에게 유혈 사태를 멈추기 위해 빨리 총격범이 숨은 교실을 덮치라고 다그쳤다. 일부 부모는 직접 들어가겠다며 경찰 장비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경찰관들이 이런 부모를 밀치거나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장면도 있다.


    결국 연방 국경순찰대의 전술팀이 봉쇄된 교실에 진입해 총격범을 사살한 것은 낮 12시 50분이 돼서였다. 총격 사건이 처음 신고된 오전 11시 30분께로부터 1시간 2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국경순찰대 전술팀은 학교에 도착하고도 35분이나 기다린 뒤 학교 수위로부터 받은 마스터키로 교실 문을 열고 진입했다. 총격범 라모스는 교실 벽장의 문을 발로 차 연 뒤 총을 쏴댔다.

    전술팀 요원 한 명이 방패를 들고 있는 사이 최소 2명의 다른 요원이 총격범을 상대로 27발의 총을 쏴 그를 제압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이런 늑장 대응으로 더 많은 목숨을 살릴 기회를 놓쳐버린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스티븐 매크로 국장은 당시 현장 지휘관이 상황이 총기 난사에서 인질극 대치 상황으로 전환된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며 "잘못된 결정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총격으로 숨진 10세 소녀 에이머리 조 가자의 친부인 앨프리드 가자는 "누가 이 모든 일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냐"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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