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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부담에 금리·물가까지 급등…서민 허리 휜다

경제 일반

    월세 부담에 금리·물가까지 급등…서민 허리 휜다

    전셋값 오르는데 금리까지 치솟아…월세 거래 비중 처음으로 전세 앞질러
    세입자 "급등한 보증금 마련하느라 은행 대출 받느니 월세로 갈아타자"
    집주인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 너무 커…월세 받아 대출 갚자"
    물가 대란에 금리 인상 겹치는데…월세 유행 계속되면 서민 부담만 커질 듯
    "집값 못 잡으면 백약이 무효…매매가격 잡으면 임대시장도 잡힐 것"


    연합뉴스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4월 주택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25만 8318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 거래량이 50.4%(13만 295건)를 기록했다.

    이처럼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선 일은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 일어난 일이다.

    또 올해 1월~4월의 누계 전월세 거래량(95만 3775건) 가운데 월세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48.7%로 전년 동월(42.2%) 대비 6.5%p 증가했다.

    이처럼 월세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6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통계 밖으로 빠져나갔던 오피스텔, 원룸 등 준주택의 월세 계약이 신고된 영향도 없지 않다.

    물론 유독 올해 들어 월세 비중이 크게 오른 이유로는 최근의 전셋값 급등 현상과 금리 인상 국면이 주범으로 꼽힌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대선 국면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주택 가격은 윤석열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예고하면서 다시 과열되기 시작했고, 덩달아 전세 시장도 함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오는 7월 말이면 법 시행 2년차를 맞는 임대차 3법도 거론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세입자가 늘어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집주인들은 4년 치 보증금 인상분을 미리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세 가격이 오르는 '전월세 대란'이 벌써부터 시작될 조짐을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고 유동성 문제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든 것이 결정타가 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세자금 대출 이자와 월세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최근 4대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약 3.6~4.6%에 달하는데,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 기준 3.2% 수준이다. 비록 실제 시장에서의 전월세 전환율은 여전히 금리보다 높다지만,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세입자로서는 치솟은 전세 가격을 따라잡기도 어려운데,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높은 은행 문턱을 넘어 대출을 받고 이자를 부담하느니 차라리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기 마련이다.

    집주인 역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급등하자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월세로 이를 충당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월세 갈아타기'에 나선 셈이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문제는 이러한 월세 유행이 결국 서민 가계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대규모 추경 예산을 풀면서 '물가 대란' 위기는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며 지난달 31일 '민생안정대책'을 급히 내놓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1%p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바로 전날 한국은행은 이번 추경으로 물가가 0.1%p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정부의 물가 대책으로는 자신들이 풀어놓은 추경으로 오르는 물가를 상쇄할 뿐인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당분간 5%대 물가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계속 커질 상황 속에서 월세 가격까지 오르면 역시 서민 세입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앞으로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잡아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금리가 계속 상승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세입자들의 부담이 현재 수준을 넘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계속 상승해 대출이자가 오를수록 월세 가격도 함께 오를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을 상식적인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당분간 월세 비중이 높은 상황이 지속되겠지만 향후 임대 시장의 추세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월세계약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대시장을 따로 떼어내는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임대가격은 결국 매매가격에 대비해 책정되기 때문에 정부는 주택 매매 가격을 낮추는 일에 우선 집중하면 현재 임대시장도 함께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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