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어린이용 허리띠와 치약 등 품질 낮은 인민 소비품을 손에 들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언성을 높인 정황이 공개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인민을 어떻게 받들어야 하는가를 다시금 새겨준 의의 깊은 회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원회의와 관련한 뒷얘기를 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 당 본부청사에 열린 전원회의 장에 직접 갖고 나온 "인민소비품 하나를 손에 들어 안타까움에 젖어 말했다"고 한다.
"소비품의 질은 어떠하든 생산량에만 치중하는 것은 인민들에 대한 그릇된 관점과 당 정책집행에 대한 요령주의적인 태도로서 당과 인민을 속이는 행위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질 낮은 생활필수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를 앞두고 "지금 인민들이 쓰고 있는 소비품들을 그대로 구입"해올 것을 지시했는데, 거기에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혁띠와 인민들이 이용하는 치약"을 비롯하여 최근 유통되고 있는 인민소비품들이 다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회의장에서 그 중 하나를 골라 손에 들고 '격'하게 언성을 높였고, 회의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북받치는 자책감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김 위원장이 질 낮은 소비품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자 장내 긴장감이 높아진 정황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 결론에서 "농사와 소비품 생산을 올해 경제 과업들 중 급선무로 제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소비품 생산을 '급선무'로 강조하자 김덕훈 총리는 평양 시내 경공업 및 상업 부문 여러 곳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했고, 이를 노동신문 14일자 신문 1면에 보도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품질 낮은 소비품에 대한 김 위원장의 비판을 '애민주의' 차원에서 포장했지만 결국 코로나19에 따른 무역단절과 사업 단위별 통제 방역 속에 식량과 생필품 부족에 대한 위기위식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통일부는 최근 5차 전원회의를 평가 분석한 자료에서 "북한의 전원회의 관련 보도에서 기간 공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농업과 경공업을 '급선무'로 제시했는데, 식량 및 생필품 부족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 한다"며, 특히 "경공업 부문에서 재자원화와 국산화에 대한 언급 없이 생산 투쟁과 증산 투쟁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대외무역을 통한 원부자재 수급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전원회의 보도에서 주요 산업이 기간공업, 농업, 경공업, 건설, 지방건설 순서로 언급됐는데, 민생 분야인 농업과 경공업이 건설과 지방건설의 앞 순위로 조정됐음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