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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피해서 재시험 보고 용산구 왔지만 또…'공공 갑질' 백태



사건/사고

    갑질 피해서 재시험 보고 용산구 왔지만 또…'공공 갑질' 백태

    상사 목소리 못 알아들었다고 전화로 폭언
    주민·직원들 보는 앞에서 소리지르기도
    피해자, 3년 전 다른 지역에선 대리시험 강요받아
    인권위 진정 "이번엔 참지 않을 것…갑질 문화 사라져야"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상사의 폭언·괴롭힘 등 갑질 사태가 벌어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조사에 나섰다. 피해 공무원은 3년 전 서울 내 다른 지역 주민센터에서 갑질 피해를 당해 일을 그만뒀고, 다시 시험을 봐서 재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사회 갑질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구 ㄱ주민센터에서 근무 중인 9급 공무원 A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5시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사무실로 전화가 왔지만 아무도 받지 않아 A씨가 당겨 받았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대뜸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너 이름도 밝히지 않고 그딴 식으로 민원인에게 전화받니?"라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전화를 건 사람은 같은 주민센터 7급 주무관 B씨였다.

    A씨에 따르면 B씨가 화를 낸 이유는 A씨가 전화를 받으면서 본인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안녕하세요, OOO동 주민센터입니다"라고만 했다는 것이었다. B씨는 A씨가 전화를 받자 아무 말 없다가 "너 누구야 XX(A씨 이름)이니?"라고 물었고, 맞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와 같이 고함을 쳤다고 한다. 선배 목소리임을 못 알아챘으며, 관등성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 등도 B씨가 화를 내는 이유였다.

    사무실 위층에 있었던 B씨는 급기야 전화를 끊더니 아래층으로 내려와 A씨에게 삿대질과 함께 "어디서 이렇게 배워 먹고 그렇게 대답을 하느냐", "누가 그렇게 싸가지 없게 전화를 받으라고 했느냐"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당시 해당 사무실에는 다른 직원들과 주민들도 여러명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을 못 알아봤고 관등성명을 대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원인과 직원들이 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모욕을 당해 너무 억울하다"며 "지금도 그때의 사건이 생생하게 떠올라 잠을 못 이루고 있고 출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현재 정신과 진단 1개월 등을 받고 치료 중이다.

    당시 이를 목격한 직원 C씨는 "선배면서 남자인 B씨가 서서 말을 하는데 점점 목소리가 커지면서 격양되는 게 느껴졌고, 앉아 있는 상태의 여자 후배인 A씨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더 크고 무섭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B씨의 목소리 크기나 말투, 행동을 봤을 때 상당히 공격적인 느낌을 받아서 A씨를 감싸고 B씨를 말렸던 기억이 난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직원 D씨는 "순간 너무 놀랐고 겁이 나서 잠시 얼었을 정도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A씨는 2019년 다른 지역 주민센터에서 갑질 피해를 당해 공직 사회를 떠났다가, 다시 시험을 봐서 작년 말에 재임용돼 ㄱ주민센터로 발령이 된 상황이다. 과거에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직장 상사 E씨가 사이버 대학원을 다니며 A씨에게 영어 과제물 작성과 중간고사 대리시험 등을 시켜 갑질 피해를 겪었다고 했다. 또 상사가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 있는 신분증과 신용카드 등을 전부 새로 만들어오라고 하는 등 사적인 심부름도 시켰다고 한다.

    A씨는 "당시 주변에 알렸지만 '곧 정년퇴임하는 사람이니까 네가 참아라'라고 해서 너무 힘들었다"며 "꽉 막힌 거 같아서 이런 조직에서는 못 하겠다 싶어서 다시 시험을 보고 지역을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옮긴 곳에서도 갑질 피해는 계속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인권위와 국민신문고에 갑질 피해를 신고한 A씨는 "이번에는 참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만큼은 무마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직 내 갑질 문화가 사라지는 걸 원해 용기를 낸 것"이라며 "사과받으면 금방 끝날 순 있지만 제가 용기를 내서 널리 알려진다면 갑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용기를 낼 테고, 갑질 상사들도 사과를 하는 등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는 "그런 일이 있었고 화를 낸 것은 맞지만 (신고 내용에) 제가 안 한 행동도 들어가 있다. 그렇게 말한 적 없다"며 "그 친구(A씨)가 말하는 내용이 너무 과장된 게 많고 CCTV가 다 확보가 돼 있다. 허위사실 등에 대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사례를 언론 보도·국민신문고로 집계한 결과 신원이 확인된 직장인 18명 중 9명이 공공기관 소속이었다. 또 직장갑질119가 올해 3월 중앙과 지방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비중이 26.4%에 달했고, 신고 경험은 4.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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