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픈 커리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연합뉴스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의 마이크 버캐로 기자는 최근 온라인 기사를 통해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간판 스타 스테픈 커리의 데이비슨 대학 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밥 맥킬롭 데이비슨 대학 감독은 2007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1부리그 68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버캐로 기자에게 "비밀 한 가지 알려줄까?"라고 물었다.
취재원이 들려주는 은밀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취재기자는 없다. 버캐로 기자는 관심을 보였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
맥킬롭 감독은 그에게 "델 커리의 아들 커리의 슈팅 능력이 아버지보다 더 좋아"라고 말했다.
델 커리는 1986년부터 2002년까지 NBA 무대에서 활약한 정통 슈터다. 통산 1245개의 3점슛을 넣었고 통산 40.2%의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다. 올스타급 선수는 아니었지만 외곽슛 능력만큼은 리그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쌓은 아버지 커리보다 아들 커리의 슛이 더 좋다? 버캐로 기자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비밀을 미리 접했던 버캐로 기자는 2008년 NCAA 토너먼트에서 스테픈 커리가 이끄는 데이비슨 대학이 신데렐라로 떠올랐을 때, 그가 NBA 역사상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한 선수로 역사에 기록됐을 때, 아마도 남들보다는 덜 놀랐을 것이다.
스테픈 커리는 2009년 NBA에 데뷔해 13시즌 동안 통산 평균 24.3득점, 6.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826경기에서 3117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2015-2016시즌에만 402개의 3점슛을 넣었다. NBA 통산 및 단일시즌 최다 기록이다.
스테픈 커리. 연합뉴스스테픈 커리는 지난주 막을 내린 2021-2022시즌 NBA 파이널 보스턴 셀틱스와 6경기에서 평균 31.2득점, 6.0리바운드, 5.0어시스트를 기록해 골든스테이트의 4승2패 시리즈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스테픈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는 최근 8시즌 동안 네 차례 우승을 달성하며 이 시대의 왕조로 다시 한 번 우뚝 섰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2019년 NBA 파이널에서 토론토 랩터스에게 졌다. 스테픈 커리는 파이널 기간 내내 분전했다. 하지만 토론토는 강력한 팀이었고 팀 동료 케빈 듀란트와 클레이 톰슨이 부상을 당하면서 골든스테이트의 전력은 약해졌다.
이후 골든스테이트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듀란트는 팀을 떠났고 톰슨은 900일 넘도록 코트에 복귀하지 못했다. 베테랑들이 이적했고 팀내에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스테픈 커리가 올해 우승을 확정하자마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이유다. 골든스테이트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주위 평가에 맞서 싸웠고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스테픈 커리는 생애 첫 파이널 MVP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미 2개의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보유한 스테픈 커리의 화려한 경력에 부족한 한 가지는 바로 파이널 MVP 트로피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정작 스테픈 커리는 트로피의 유무를 신경쓰지 않는 선수다. 파이널이 끝나고 마침내 파이널 MVP를 차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잊어버리세요. 우리는 네 번째 우승을 했다구요"라고 답했다. 파이널 MVP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았다.
듀란트는 워리어스 시절 커리에 대해 "에고(ego)가 강하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이번 파이널 기간에 "커리의 리더십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팀 던컨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냈다.
스테픈 커리. 연합뉴스종합하면 스테픈 커리는 동료들 앞에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선수다. 오로지 팀의 승리, 우승만을 생각한다. 스테픈 커리의 이 같은 마음가짐을 토대로 골든스테이트의 팀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스테픈 커리는 이번 시즌 많은 것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1988년생으로 적잖은 나이의 커리가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나이가 든 골든스테이트의 주축 선수들이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됐다.
2021-2022시즌의 골든스테이트는 어느 때보다 스테픈 커리의 득점 의존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듀란트는 없고 부상에서 막 복귀한 톰슨은 예전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테픈 커리는 보스턴의 강력한 압박수비를, 매치업 헌팅을 버텨내면서 시리즈를 압도했다.
앤드류 위긴스의 최근 인터뷰는 만 34세의 스테픈 커리가 코트에서 여전히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위긴스는 파이널 MVP 후보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스테픈 커리의 수상에 이견을 달지 않았다. "나도 파이널에서 농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커리는 커리다.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커리가 코트에 들어오자마자 상대 선수 4명이 그를 막는다"는 말로 모든 걸 설명했다.
NBA는 여전히 스테픈 커리의 전성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