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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셀프 계산대'의 역설…악화하는 마트 노동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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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셀프 계산대'의 역설…악화하는 마트 노동환경

    절반 넘게 닫힌 마트 계산대…열린 계산대엔 카트 행렬
    '스피드 계산대' 눈길 돌려보지만…고령층은 "엄두도 못 내"
    계산원들 "셀프 계산대 도입 이후 업무 강도 높아져"
    6년간 마트 노동자 1만명 넘게 줄어…남은 직원은 질환에 시달려

    22일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계산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22일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계산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
    셀프 계산대 등 마트에 도입된 신기술로 인해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줄면서 근무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트 계산원들 "셀프 계산대 도입 이후 격무에 더 시달려"

     
    22일 오전 부산 금정구의 한 대형마트.
     
    카트에 물건을 한가득 실은 손님 줄이 계산대마다 길게 늘어서 있었다.
     
    계산원은 물건을 쉼 없이 옮기며 바코드를 찍어내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물품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 마트에는 모두 8개의 계산대가 있었지만, 계산원이 서 있는 곳은 단 3곳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닫혀 텅 빈 상태였다.
     
    긴 줄에 계산을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은 '스피드 계산대'라고 적힌 코너로 발길을 돌렸다.
     
    고객들은 계산을 위해 직접 기계를 들고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지만,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해 전담 직원이 해결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스스로 계산하는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은 일반계산대 줄이 줄어들기만 하염없이 기다렸다.
     
    일반계산대에 줄을 선 김영희(78)씨는 "나이도 많고 할 줄 몰라서 셀프 계산대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줄이 길어도 예전처럼 하던 대로 그냥 계산대로 간다"고 말했다.
     
    22일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셀프계산대 모습. 김혜민 수습기자22일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셀프계산대 모습. 김혜민 수습기자
    마트 계산원들은 셀프계산대 도입 이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마트 19년 차 계산원인 김임선씨는 "셀프 계산대가 생기면서 오전 10시 오픈하면 그때부터 마감까지 쉼 없이 계산을 한다"며 "계산대를 두 개밖에 열지 않아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 손님이 많을 땐 조마조마하고, 고성이나 욕설이 나오면 불안하기도 하다"며 "그렇게 쉼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어깨, 팔꿈치, 손목에 다 질병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6년 동안 대형 마트 3곳 노동자 1만명 넘게 줄어


    이처럼 마트 노동자들은 셀프계산대와 같은 신기술의 도입으로 노동자 수가 줄면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유통구조 변화와 부산지역 마트노동자 토론회'에서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김영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6년간 대형마트 상위 3사의 직접 고용노동자는 전국적으로 1만 2801명이 줄었다.
     
    이마트가 5487명으로 가장 많았고, 홈플러스 5290명, 롯데마트 2025명 순이었다.
     
    김 교수는 "대형마트 3사 중 매출이 가장 좋은 이마트가 인력을 5천여 명이나 줄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셀프계산대'와 '전자가격표' 등 디지털 기술 도입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는 최근 "2018년부터 이마트에 셀프 계산대가 도입되면서 4년 만에 계산원 1100여명이 줄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2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유통구조 변화와 부산지역 마트노동자 토론회. 박진홍 기자22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유통구조 변화와 부산지역 마트노동자 토론회. 박진홍 기자
    마트 노동자의 노동강도 강화는 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지난 4월부터 한 달여 간 부산지역 마트 매장노동자 57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5.4%가 "최근 3년 이내에 직무 관련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 중"이라고 답했다.
     
    직장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응답자의 75.8%가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이같이 악화하는 마트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김 교수는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입법확대와 노동청의 적극적인 근로감독, 심야 영업 제한과 정기휴일 확대를 통한 건강권과 휴식권 확보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대규모 고용조정이 발생할 경우, 지역민의 고용 보호와 지역상권 유지 활성화 차원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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