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조감도(안). 서울시 제공10년 간 방치됐던 서울 한복판 마지막 '금싸라기땅'이라 불리는 용산정비창 일대 50만㎡가 초고층 마천루에 드넓은 공원과 녹지가 펼쳐지고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입주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를 일자리와 R&D, MICE부터 주거, 여가‧문화생활까지 도시의 모든 기능을 갖춘 '직주혼합' 도시로 조성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했다.
2007년 철도정비창 용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총 51만8692㎡를 관광·정보기술(IT)·문화·금융 비즈니스 허브, 이른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됐지만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2013년 시행사의 부도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개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부이촌동 일대는 제외됐다. 사업구역은 용산정비창 부지와 선로부지, 용산 변전소 부지와 용산역 후면 부지를 포함해 총 약 49만3천㎡(소유 :국토부 23%, 코레일 72%, 한전 등 5%)다.
오 시장은 "용산은 서울 도심, 여의도, 강남과 연결되는 지리적 중심지이자 철도 교통의 요충지로서 잠재력 높은 서울의 미래 중심지로 주목받아 왔다"며 "더 늦기 전에 시작하겠다. 용산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기회를 극대화하고 변화된 여건과 미래 환경에 부합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이 향후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될 용산정비창 일대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제시한 것으로,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용산정비창 개발이 본격화된다고 강조했다.
새로 태어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산업)를 중심으로 여의도 금융중심지(금융), 예술섬으로 변화를 준비 중인 노들섬(문화)을 삼각편대로 삼아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은 금융위기 등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커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된 원인 중 하나였던 민간 PFV(프로젝트금융회사) 주도의 통개발 대신, 공공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코레일이 '공동사업시행자'(지분율 코레일 70%, SH공사 30%)로 사업을 추진하는 '단계적‧순차적' 개발로 추진된다.
SH공사와 코레일은 이를 위해 작년 5월 공동사업시행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안정적‧지속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별도의 전담조직 '(가칭)용산개발청'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이 약 5조원의 재원을 투자해 부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을 선행하면 이후 획지별로 국제설계공모 등을통해 창의적인 건축물이 정해지면 민간에서 단계적으로 핵심부지를 개발해나가는 방식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복합용지 계획(안). 서울시제공시는 기반 시설 구축에만 총 12.5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레일이 약 5.5조원(현물출자), SH공사는 약 2조원(순수 공사채 발행)을 투입한다. 여기에 더한 토지분양 이익금 약 5조원이 사실상 기반시설 비용으로 활용된다.
이후 획지별 국제공모전을 거쳐 민간이 완성해나가는 것으로 실제 총사업비는 30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최첨단 테크기업과 R&D‧AI 연구소, 국제기구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업무공간과 MICE 시설, 비즈니스 호텔, e-스포츠 콤플렉스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서는 융복합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용산정비창 부지 전체를 여러 개의 획지로 나누고, 모든 획지는 업무, 주거, 상업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갈 수 있는 '다용도 복합개발'을 허용한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한 '비욘드조닝(Beyond Zoning)'의 개념이 처음으로 전면 적용된다.
'비욘드조닝'은 토지 용도를 주거용, 공업용, 산업용, 녹지용 등으로 구분하는 기존의 '용도지역제'를 전면 개편, 용도 도입의 자율성을 높여 복합적인 기능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전체부지를 국제업무, 업무복합, 주거복합, 문화복합 등으로 계획해 미래형 도시공간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용산정비창 복합개발지 지상부에는 공동주택 약 6천호가 배치된다. 전체 규모에서 주거비율은 약 30%를 차지한다.
최진석 도시계획국장은 "30평대의 민간 분양주택과 20평대의 임대주택을 적절히 배합하면 6천호 정도가 예상된다"며 "이중 약 1천호는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공공주택(임대) 비율은 도시개발법에 따라 전체 주거의 약 20~30%인 1500호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부 입체보행네트워크(왼쪽)와 용산 '모빌리티 허브' 조성 구상(안).생태녹지 축도 확대한다. 공원과 건물 내 녹지 등을 포함해 50% 이상의 녹지율을 확보한다. 북한산~서울도심~남산~용산공원~용산국제업무지구~한강으로 이어지는 남북녹지축도 완성한다. 이를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용산공원, 한강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형 녹지체계를 구축한다. 지구 중앙에는 어디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중앙공원을 조성하고, 철도부지에는 선형공원을 조성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부를 지상‧지하‧공중으로 연결하고 용산역까지 이어지는 '입체보행네트워크'도 만든다. 예컨대, 건물과 건물은 브릿지를 통해 공중으로, 지하 보행로를 통해 지하로 각각 연결되는 식이다. 날씨와 관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해지고, 건물 저층부와 지하공간에는 다양한 상업‧문화시설도 조성될 전망이다.
지상부를 녹지와 보행 위주의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확보했다면 지하는 차량 중심의 도로교통체계로 구축한다. 강변북로, 한강대로, 청파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직접 연결되는 지하도로를 개설해 서울도심‧강남, 인천공항으로의 광역 접근성을 확보한다. 용산역과 인접한 부지에는 미래항공교통(UAM), GTX, 지하철, 도로 교통 간 쉽고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는 대중교통환승거점인 1호 '모빌리티 허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UAM의 경우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김포공항-용산국제업무지구 시범노선을 운영하고, 향후 인천공항, 잠실, 수서 등 서울시내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UAM 노선을 완성할 계획이다.
도로에는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V2X(자율주행 통신시스템) 같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주택에는 IoT(사물인터넷) 기반 관리시스템을 탑재한다. 실제 도시와 동일한 가상의 도시를 만들어 다양한 위기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통합방재시스템'을 구축해 화재 등 재난상황 대응력을 높인다. 전력망에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그리드' 등도 적용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저감에도 기여한다.
이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 2025년 앵커부지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 시장은 "지난 임기 때 추진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이 2013년 최종 무산된 이후 추진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며 "차질 없이 실행해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견인하겠다. 최첨단 미래산업을 육성해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