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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등지고 자국보호 향하는 美, 한국도 강수 두나

산업일반

    자유무역 등지고 자국보호 향하는 美, 한국도 강수 두나

    미국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미국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지구촌' 자유무역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걸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해외 시장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강하게 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지만 무역에 경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 같은 나라들은 미국의 우방국임에도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실무자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표단은 전날(29일)부터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국내 산업에 미칠 여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규제 조정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마련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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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2009년부터 전기차에 대해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해 왔다. IRA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골자로 하는데,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그 조건을 변경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될 것 △배터리용 광물의 경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한 것일 것 △배터리 부품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된 것을 특정 비율 이상 사용할 것 등이다.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은 이미 시행 중이다. 이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이 미국 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 주요 부품의 50% 이상을 미국이나 미-FTA 체결국 것을 사용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매년 10%씩 강화된다.
       
    특히 2024년부터는 배터리 부품에 러시아나 중국 등 '우려국' 제품이 사용될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2025년부터는 배터리 광물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국내 전기차 산업은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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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반도체 육성법안에선 미국이 자국 반도체산업에 총 2800억달러(약 370조원)를 투입하게 되는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 등에 투자가 집중된다.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에서 생산시설을 확장하거나 신축하는 경우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러시아나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진 상황이다.
       
    미국을 방문한 정부 대표단이 당장 국내 산업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IRA의 전기차 최종조립 요건의 경우 지난달 법안 검토 단계에서는 2027년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이달 초 통과 과정에서 '즉시 시행'으로 급변했다. 이와 관련해 다시 유예 기간을 적용받거나 광물·부품 적용 기준을 낮추는 등의 타협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경제 방어 등 표심 관리와 미국 자동차업계의 로비 등에 힘입어 '급발진'이 이뤄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선거 이후 미 행정부의 분위기 변화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IRA의 수정이 불가하다면 대신 반도체 육성법에서 우방국은 열외를 제공하는 방안 등도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적절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미 FTA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을 검토한 후 제소하는 등 국제분쟁까지 거론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IRA는 FTA나 WTO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며 "필요한 경우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강경 대응이 실제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분쟁 관계로 나아간 후 실익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전기차와 반도체 산업에서 '탈 중국화', '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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