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6 GT. 김승모 기자585마력, 최고 속도 260km/h, 제로백 3.5초.
기아가 새로 출시한 전용 전기차 EV6 GT 성능을 상징하는 대표 수치다. 기아는 "국내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라고 EV6 GT를 소개했다.
EV6 GT를 지난 4일 충남 태안에 있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시승했다. EV6 GT는 사륜구동 단일 트림으로 운영된다. 최고 출력 270㎾·최대 토크 390Nm의 후륜 모터와 최고 출력 160㎾·최대 토크 350Nm의 전륜 모터를 더해 합산 최고 출력 430㎾(585마력)에 최대 토크 740Nm(75.5kgf·m)를 발휘한다.
기아, EV6 GT. 김승모 기자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은 3.5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260㎞이다. 이번 시승은 외관 디자인보다는 기아가 자랑하는 동력 성능에 맞춰 살펴봤다.
시승은 일반 공도 주행을 비롯해 고속 주행, 마르고 젖은 노면, 다목적 주행 코스 등으로 이뤄졌다. 다목적 주행 코스에서는 체험자가 직접 300m 직선 주로에서 가속해 제로백을 측정해 보는 기회와 장애물 회피와 같은 짐카나 코스 체험도 마련했다.
운전석에 앉자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가 몸을 감싸준다. 고속이나 회전 구간을 주행할 때마다 운전자의 몸을 꽉 잡아줘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기아, EV6 GT. 김승모 기자일반 공도 주행은 꽤나 안정적이다. 조용하다는 점이 전기차의 특징 중 하나지만, 외부 소음도 상당히 차단됐다. 기본 주행 질감은 탁월하다. 곡선 구간에서도 차체를 흔들림 없이 잘 유지했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 불규칙한 도로 노면 상태에도 충격이 심하지 않다. 일상 주행을 위한 기본값에는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은 차선 중앙에 딱 맞게 세팅이 돼 있다기보다는 좌·우 어느 한쪽으로 차가 쏠렸을 때 반응하는 것 같다. 사이드미러로 확인을 해보면 가끔씩 차선이 물릴 때가 있다.
기아, EV6 GT 클러스터 화면에 활성화된 'i-PEDAL' 모드. 김승모 기자EV6 GT에는 'i-PEDAL' 모드가 장착돼 있다. 가속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 정차까지 가능한 '원 페달' 모드다. 스티어링휠 뒤쪽, 좌우에 부착된 쉬프트로 '0'에서 최대(MAX)인 '4'단계로 이뤄진 회생제동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데 특히 최대 단계에서 'i-PEDAL' 모드가 활성화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아도 상당한 속도 감쇄 능력을 보여준다.
고속 주행에서는 이번 시승의 하이라이트라고도 볼 수 있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차'라는 점을 확인해 봤다. 고속 체험은 총길이 4.6km, 4차선으로 구성된 코스에서 이뤄졌다. 직선과 경사로 부분의 기울어진 각도(뱅크각)가 38.87도에 달하는 회전 구간이 포함돼 있다.
해당 코스에서 기자가 주행해 확인한 최고 속도는 241km/h다. 기아가 소개한 260km/h에는 한참 못 미치는 속도였는데 이후 전문 인스트럭터의 도움으로 264km/h를 경험했다. 스티어링휠 오른쪽 아래 형광색을 띠는 GT모드 버튼을 활성화하고 주행 모드에 따라 안정적인 승차감과 우수한 핸들링 성능을 지원하는 'ESC(전자제어 서스펜션)' 모드를 끄고 주행했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고속 주행 코스에서 기록한 최고 속도 264km/h. 김승모 기자 200km/h가 훌쩍 넘는 속도임에도 EV6 GT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으면서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38도가 넘는 경사면을 220km/h 속도로 통과할 때는 몸이 아래로 쏠리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차체가 불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일상에서 이런 속도로 달릴 일은 사실 없을 것 같다.
EV6 GT에는 기아 최초로 '드리프트 모드'도 적용됐다. 선회 시 후륜 모터에 최대 구동력을 배분해 차량이 실제 조향 목표보다 안쪽으로 주행하는 현상인 '오버스티어(over steer)'를 유도, 운전의 즐거움을 더하는 드리프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기아 EV6 GT를 이용해 드리프트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승모 기자이 또한 이번 시승 기회에 직접 시도를 해봤지만, 제대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대신 전문가의 시범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300m 직전 주로에서 3.5초 제로백에 도전하는 기회도 가졌지만, 기자는 3.78초에 그쳤다. 운전자의 반응이 느려, 민첩한 EV6 GT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다.
이날 시승을 도와준 인스트럭터의 설명으로는 기아가 자랑하는 최고 속도 260km/h는 현재 같은 동급의 모터스포츠에 출전하는 차량에도 뒤지지 않는 성능이라고 한다.
기아, EV6 GT. 김승모 기자시승을 마친 뒤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아쉽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국내 도로 환경과 교통 법규에 맞춘 일상 주행에서는 EV6 GT가 가진 성능과 매력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