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진짜 천운이 따르는구나 생각했어요."
조규성(전북 현대)은 마지막 두 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득점 레이스 선두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에 두 골이 부족했다. 37라운드 제주와 맞대결에서 골을 터뜨렸지만, 주민규 역시 골을 넣었다. 최종전을 앞두고도 두 골 차였다.
3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 조규성은 페널티킥으로 주민규를 추격한 뒤 후반 12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주민규와 동률이 되는 순간. 출전 경기 수가 적어 득점왕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조규성은 24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 2022 대상 시상식에 앞서 "마지막 두 경기가 나에게는 정말 큰 경기였다. 진짜 골을 간절히 원했다. 그 전까지는 플레이에 집중하면 찬스가 오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두 경기는 진짜 골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하고 들어갔다"면서 "딱히 어떤 생각이 들기보다 '내가 득점왕이라고?'라는 생각을 했다. 경기 후 울산 현대-제주전이 끝나지 않아 30초 정도 봤는데 그 30초가 엄청 길게 느껴졌다"고 웃었다.
이미 K리그1 6연패에 실패한 상황. 동료들도 조규성의 득점왕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조규성은 "두 번째 골을 넣고 전광판에 K리그1 득점 선두라고 떠서 소름이 돋았다.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도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고, 이후 한 골만 더 넣자고 생각했다"면서 "팀에서 '그래도 득점왕이 나와야지'라고 이야기하면서 슈팅을 난사해라, 패스를 주지 말고 때려라는 말도 했다. 우승 경쟁을 할 때 골이 안 터졌는데 그 때는 골보다 우승이 중요했다. 우승 경쟁이 끝난 뒤 한 골 한 골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들어갈 때마다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골이 너무 운 좋게 들어갔다. 그래서 포효도 했다. 진짜 천운이 따르는구나 생각했다"면서 "발로 막은 (오)반석이 형에게 농담으로 고맙다고 했더니 '형이 만들어줬어'라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조규성과 오반석은 2020년 전북에서 함께 뛰었다.
조규성은 2019년 FC안양 소속으로 K리그2 국내 득점 1위에 올랐다. 이후 전북으로 이적했고, 김천 상무 입대 후 날개를 활짝 폈다. 올해 김천에서 13골, 전북에서 4골을 터뜨리며 K리그1 득점왕에 등극했다.
조규성은 "노력에 비결은 없다. 하고자 하는 마음, 더 성장하려는 마음이었다. 선수라면 운동을 하면서 부족한 것이 뭔지 생각하고 보완해야 한다"면서 "올해 정말 성장하고, 자신감을 얻었다. 매해 운도 따르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가 가장 많이 성장하고, 축하 연락도 많이 받는 해였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이동국이라는 타이틀도 이제는 부담보다 영광으로 다가온다. 득점왕에 오른 뒤에도 먼저 이동국에게 연락했다. 이동국은 전북의 마지막 득점왕이다. 전북 이적 첫 해인 2009년 21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조규성은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동국은 안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차기 이동국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데 전북 입단 때는 부담도 됐다. 지금은 너무 영광이고, 너무 좋다"면서 "먼저 연락을 했고, 배운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축하한다고 하면서 다음에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부상 변수가 없는 한 조규성의 월드컵 최종 명단 합류가 유력하다.
하지만 조규성은 월드컵에 앞서 열리는 FC서울과 FA컵 결승을 먼저 생각했다.
조규성은 "월드컵이 이제 조금 실감은 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더 중요한 FA컵 결승 두 경기가 남았다. 결승전이 끝나고 월드컵을 생각하겠다"면서 "FA컵 득점 1위와 2골 차이다. 또 따라가겠다. (허)용준이 형인데 따라가보도록 하겠다"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