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에서 정인성·정윤재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빈. 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는 우리가 몰랐던 박지빈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했다. 아역 시절을 지나 성인 연기자로서의 뿌리를 더욱 단단해지게 만들었다. 배역에는 조연으로 분류돼 있지만 박지빈이 맡은 정인성·정윤재는 그야말로 극의 가장 중요한 키를 쥔 인물이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모티브인 '블라인드'는 배심원들이 배심원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화 바탕이라 분명히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박지빈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지빈은 착하고 바른 청년 정인성,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정윤재 사이에서 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블라인드'가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극의 긴장감을 좌우했다. 박지빈은 노련한 연기력으로 한 인간의 극과 극에 이르는 이중성을 표현해냈다.
'블라인드'를 통해 박지빈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개인사로 힘든 가운데 뜨겁게 역할을 연구하고, 기대했던 그의 진정성에 작품이 보답한 셈이다. 보다 성숙해진 박지빈은 '집보다 현장이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음은 박지빈과의 일문일답.
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에서 정인성·정윤재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빈. 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Q '블라인드' 정인성 겸 정윤재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종영 소감은A '블라인드'를 사랑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모든 작품은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항상 감춰져 있어야 해서 정윤재 역임을 숨기고 있었어요. 드라마 후반까지 정인성 역으로 비춰줘야 해서 많은 홍보를 못 했거든요. (웃음)
Q '블라인드'의 빌런이자 살인마 정인성·정윤재 역의 어떤 매력에 이끌렸나A '정인성'이 알고 보니 사이코패스인 '정윤재'였는데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저도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일지 몰라도요. 감독님께서는 저한테 '눈빛'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소위 '도른(돌은)자의 눈빛'이라고 할까요?
Q 처음에는 굉장히 바르고 착한 청년의 이미지, 나중에는 숨겨둔 악인의 모습을 꺼내야 해서 그 간극 조절과 반전에 힘써야 했을 것 같다. 차별점을 두기 위해 노력한 지점이 있다면 A 물론 역할의 서사가 있지만 '윤리성'을 배제하려고 노력했어요. 어쨌든 이 역은 연쇄살인을 하고 있는데 그게 시청자들이 보기에 '살인이 당연하다'라고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어요. 윤재 역은 태어날 때부터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그래서 촬영 중간 중간 몇몇 장면들은 바꾸기도 했어요.
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에서 정인성·정윤재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빈. 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Q 각 인물의 허물이 드러나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지하 감옥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옥택연, 정은지 등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A 택연이형은 촬영장에서 영상도 많이 찍고 마치 에너지 음료를 마신 것처럼 텐션이 항상 높았어요. 은지 누나는 저와 장난도 많이 치고요, 석진이 형은 중간중간 툭툭 내뱉는 말이 되게 웃겨요. 그리고 사실 김법래 선배님은 제 데뷔작 '토미'에서 아버지 역으로 호흡을 맞췄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화에서 서로 죽이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 죽이러 가시죠"라고 말하기도 해 재밌게 촬영했었어요.
Q 말미로 갈수록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진실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정인성·정윤재 역 감정의 층위를 어떻게 쌓아 나갔나 A 이 역할을 연구할 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저도 사이코패스와 살인에 대해 다뤄야 해서 '살인할 때 묶는 방법' '뒤로 손 묶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검색했었어요. 나중에 인터넷을 하려고 들어갔더니 알고리즘에 이런 것들이 뜨더라고요. 기록을 보니까 제가 검색한 것들 것 보였어요. 저 스스로가 무서웠어요. (웃음)
Q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또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 드라마가 꾸준히 마니아층에게 사랑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A 저도 이 사건에 대해 많이 검색해 보고 알아보기도 했어요. 한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에 대해 다뤄서 보기도 했었고 부담을 느끼기도 했어요. 사실 지인 중에서는 '블라인드'를 보는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인 중에서 "'블라인드'를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이런 장르는 마니아층이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모든 배심원 한명씩 용의자로 만들어서 내용이 더 어려워지고 누가 범인인지 헷갈렸잖아요. 그래서 사랑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에서 정인성·정윤재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빈. 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Q '블라인드'를 통해 성장한 부분과 드라마가 끝난 지금 달라진 지점이 있다면
A 블라인드 촬영할 때 살이 많이 빠졌었어요. 제 개인적인 힘든 일도 겹쳤는데 '블라인드'를 생각하면 그때 일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블라인드' 촬영했었다는 걸 잊고 살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저만의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이 생긴 거 같아요.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의미가 있는 새로운 캐릭터였어요. 도전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아역으로 주목 받은 이후,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 완전히 그 역량을 증명한 것 같다. 두 얼굴을 가진 소름 끼치는 역할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소화해냈다 A 좋게 봐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저 또한 처음 해본 캐릭터고 쉽게 공감할 수 없던 캐릭터여서 어떻게 보여질지 모르는 상태였죠.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하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아무래도 직접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보니 공개되기 전까지 걱정이 많아요. 그래도 '잘했다'는 반응이 많아서 다음 작품에서는 윤재 역으로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을 '더 잘 해볼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Q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는 시점에 진통을 겪었을 것도 같다. 지금까지 연기를 놓지 않고 계속 가져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A 지금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전 이게 좋아요. 현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집보다 현장이 좋은 시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촬영 현장이 좋아요. 요즘 제 친구들이 로맨스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작품은 없지만, 저도 그걸 보면서 다음에는 로맨스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